[월드리포트] 박정희 핵 개발…했다면 몇 년 걸렸을까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면서 미국의 기존 확장억제 공약만으로 안심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같은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핵 개발을 시작한 건 1972년쯤"
1970년대 초기 미 중앙정보국 한국지부 총책임자로 활동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핵 개발 착수 시점이 1972년쯤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는 것을 보고 한미 동맹만 믿고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한국의 핵 개발을 시작한 뒤 1년 뒤인 1973년 이를 인지했고 본국에 보고해 한국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고 밝혔습니다.
뭐라고 설득했을까요?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으로부터의 어떠한 공격에도 미국이 남한을 보호할 것이며, 따라서 남한이 핵무기를 지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재확인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많이 듣던 내용입니다. 네, 북한 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같은 질문이 나올 때마다 2022년 미 국무부나 국방부에서 내놓는 답과 문구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습니다.
미 국무부 비밀 메모…"한국, 1980년경까지 핵 개발"
미 국무부가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1974년 11월 20일 작성한 브리핑 메모(BRIEFING MEMORANDUM)입니다. 국무장관에게 당장 시급한 현안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이슈나 사건에 대해 전반적 설명을 하는 내용으로, 당시에는 비밀로 분류됐습니다. 유럽과 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별로 주요 이슈를 추렸는데 우리나라의 핵개발은 동아시아 파트에 담겼습니다. 제목은 <Korean Advanced Weapon Developments (한국의 진전된 무기 개발)>입니다.
관심을 끄는 건 다음 대목입니다. "현재 정보로 추정해볼 때 1980년경까지 한국이 핵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Present intelligence estimates are that the ROK could possibly fabricate a nuclear device by about 1980)이라고 전망한 겁니다. 당시 한국이 마음만 먹었다면 1980년대에는 핵 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는 우리 자체 판단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첫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사용까지 한 미국의 정보 예측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핵무기와 세계 경제력 10위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미국의 압력에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핵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전두환 신군부도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핵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아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을 대거 해고하는 구조조정으로 박 전 대통령 시절 어렵게 이룩한 미사일 기술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이후 전두환은 자신이 아웅산 테러 위협을 겪은 뒤에야 다시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게 됩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1970년대, 우리가 개발을 강행했다면 당시 소련-중국-북한 등 공산권과의 냉전 속에서 미국도 불과 몇 년 전 베트남전에서 피로서 동맹임을 입증한 한국을 그저 몰아붙이기만 하진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은 가정일 뿐… 우리는 2022년 현재를 살고 있고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한국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반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통설입니다. 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한 것만큼 우리 사회도 달라져 예전처럼 특정인의 결단으로 그런 일을 추진할 수도, 또 추진해서도 안 되는 민주국가가 됐습니다. 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도 핵무기 하나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한 때입니다.
(자료 출처 : NATIONAL SECURITY ARCHIVE)
[ https://nsarchive.gwu.edu/document/22669-document-04-winston-lord-director-policy ]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지인 몸 불 붙인 뒤 도주…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
- “사고 날라!” 강풍에 굴러간 맥주통…몸 날려 막은 사장님
- 정우성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직접 찾아 애도
- '미우새' 마마무 화사 “센 이미지로 오해 많이 받아” 고충 토로
- (여자)아이들, '누드' 대박…큐브엔터 매출 '활짝'
- 이부영 “언론 자유 지키는 건 대통령의 임무”?
- “휴양지 같은 마을 통째 팝니다, 단돈 3억 5천만 원에”
- “사진 찍다 쫓겨남”…유명 인플루언서, 루브르에서 속옷 바람
- 동전 던지기로 '시장 당선'…미 중간선거에서 벌어진 일
- 아무나 갈 수도, 가서도 안 된다…지하 거대 동굴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