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외국인 엑소더스 우려...한국 증시 반사이익 기대감 커져
엇갈린 한중 외국인 수급
대체 시장 여부는 ‘글쎄’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되고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외국인의 차이나 엑소더스(탈출)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반대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투자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2.04포인트(0.39%) 하락한 3036.13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3거래일 연속 낙폭을 키웠다. 선전성분지수, 창업판지수는 각각 1.33%, 1.76% 밀렸다. 같은날 홍콩 항셍지수는 277.48포인트(1.7%) 하락한 1만6081.04에 거래를 마쳤다. 항셍지수도 상하이지수와 마찬가지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최근 중화권 증시는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시진핑 3기 출범을 공식화한 제20차 공산당대회 전후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시진핑 권력 독점 체제가 강화되면서 대외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 제로 코로나 정책과 관련한 해석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도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중국 증시 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79억위안(약 3조3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중국 후·선강퉁 개장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대형 연기금인 텍사스교직원연금(TRS)은 내년 3월까지 펀드 내 중국 투자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형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도 중국 주식 투자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탈(脫)중국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있다. 외국인이 신흥국 내 중국 본토와 홍콩 투자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 인도 등 다른 신흥국 증시 비중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와 반대로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런 논리에 개연성을 더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중국 리스크가 확산될 때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패턴과 사뭇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업황 부진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대만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순매도가 강화되는 반면, 한국에서만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1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에 나섰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4조7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차이나런(China Run·중국과 뱅크런의 합성어) 리스크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기나 시장에도 부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에 수혜가 될 가능성을 고민해볼 때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자금에서 중국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한국 투자 비중은 감소했다”며 “신흥국 중 러시아에 투자를 못 하는 상황에 중국 투자 비중까지 줄어들면 글로벌 자금의 한국 투자 확대 가능성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텍사스교직원연금의 신흥국 벤치마크 비중에서 중국(35.4%→17.7% 급감한 반면, 한국(11.2%→14.3%)은 소폭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 일일 순매도 이후 다시 중국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향후 외국인 추가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본격적인 차이나 엑소더스는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후·선강퉁을 통한 외국인의 순매도는 38억4000만위안에 불과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롱’ VS ‘중국 숏’ 전략이 아예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타이밍 상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 일부가 들어왔을 수는 있지만, 시진핑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을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택했다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중국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시진핑이 원인이었다면 연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점쳐질 때부터 수급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선 순매수에 나서는 반면, 중국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간 것은 7월 이후부터다. 올해 1~5월까지 외국인 자금은 중국과 한국 시장에서 동반 이탈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의 중국 거리두기 현상이 국내 증시 외국인 러브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기대와 달리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외국인의 중국 주식 순매도는 막연한 정치나 외교적인 반감이라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헤지를 위한 실무적인 의사결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 국내 증시 전반보다는 시가총액 상위 낙폭과대나 실적주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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