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료, 공장 가서 만드는 과정 확인하니 '안심'

신유경 2022. 11.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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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귀염둥이는 물론 주인도 먹을 수 있어요

들어가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급식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작은 초코과자를 연상케 하는 쿠키들이 질서정연하게 뽑아져 나오고 있다. 냄새도 좋고 생김새도 쿠키지만 사람을 위한 건 아니다. 모두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들이다.

지난 9월 28일 하림펫푸드 공주 공장을 방문해 사료 제조 공정을 참관했다. 하림은 2017년 400억원을 들여 '하림펫푸드 해피댄스 스튜디오'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해피댄스'란 이름은 밥을 먹기 전 즐겁게 춤을 추는 듯한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해피댄스 스튜디오는 이름에 걸맞게 강아지와 고양이 동상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모양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동상은 꼬리를 흔들며 보호자에게 매달리는 강아지·고양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1 하림펫푸드 '해피댄스 스튜디오' 외관. 2 하림펫푸드 공장에서는 반죽을 찐 후 압축해 나오는 '팽화 기법'을 활용해 사료를 생산한다. 3 하림펫푸드 직원들이 '용가리치킨' 수제 간식을 만들고 있다. 4 하림펫푸드 공장에서 직접 반려동물 간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제조 공정을 직접 보기 전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우선 위생모와 위생점퍼, 위생바지, 덧신을 착용한다. 이를 모두 입으면 세면대에서 손을 닦아야 한다. 손을 닦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다시 두 차례 손 소독을 한다. 마지막으로 에어 샤워를 하면 제조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곳에서는 팽화와 오븐 두 가지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팽화 공법은 반죽을 익혀 쪄낸 다음 압축시켜 사료를 만들어 낸다. 오븐 공법은 반죽을 한 다음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팽화 사료는 오븐 사료에 비해 잘 부서지지 않고 식감이 바삭하다. 생산된 사료들은 랩실에서 성분 분석을 거쳐 특정 성분 함유량이 부족하면 다시 만든다. 이어 드라이·냉각·코팅 등 과정을 거쳐 포장돼 완제품으로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갓 나온 사료를 직접 먹어봤다. 기자가 먹어본 사료는 오븐 공법을 활용한 것. 아주 맛있다고 할 맛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맛도 아니다. 맛이 '있다' '없다'만 판별해 내라면 '맛있다' 쪽에 의견이 기운다. 사료에 들어간 원료는 닭과 연어. 어쩐지 강아지들이 기자보다 더 건강한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가 강아지 사료를 맛볼 수 있었던 건 사료의 원료가 모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휴먼 그레이드' 사료라고 한다. '피드 그레이드' 사료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부위의 고기, 채소 껍질 등을 활용한다. 특히 생고기가 아니라 분말 형태의 육분을 사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하림펫푸드의 휴먼 그레이드 사료는 사람이 먹는 것과 동일한 원료를 쓴다. 닭과 연어뿐 아니라 블루베리, 양배추 등도 원료로 사용한다. 완성된 사료에는 제조일자가 찍힌다. 또 철저한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먼저 들어온 원료는 먼저 사용하고, 먼저 만들어진 제품은 먼저 판매한다. 하림펫푸드는 프리미엄 라인인 '더리얼'뿐 아니라 '밥이 보약' '가장 맛있는 시간 30일' 등 다양한 사료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가장 맛있는 시간 30일은 원하는 제조일을 고르면 선택한 제조일 바로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제품이다.

제조 공정을 빠져 나오니 수제간식실이 나온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반려동물용 간식을 만든다. 이날 품목은 '강아지용 용가리치킨'이었다. 닭 반죽이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을 거쳐 하림의 스테디셀러 '용가리치킨' 모양으로 탄생했다. 수제간식실만 있는 건 아니다. 반려동물용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곳도 별도로 있다. 아쉽게도 성수기인 여름이 지나간지라 아이스크림 생산시설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제조 공장 밖에는 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카페 같은 분위기에 전자 다트판 등 게임기도 갖췄다. 공장이라기보다는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다.

하림펫푸드는 내년에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공장 투어를 재개할 예정이다. 투어에 참여하면 제조 공정을 둘러보고 난 다음 반려동물을 위한 수제간식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반려동물 입맛에 맞는 쿠키를 굽는 동안에는 직원식당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공장 투어를 도는 동안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다. 공장 외부에는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도 마련했다. 원래는 무료로 투어를 진행했지만 '노쇼' 고객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에는 소액의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다.

하림펫푸드가 제조 공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건 깨끗한 시설에서 휴먼 그레이드 원료만을 사용한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결과기도 하다. 김 회장은 하림펫푸드를 출범시키기 전 매주 몇 번씩 보고를 받으며 직접 업무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산 브랜드에 잠식된 국내 사료 시장에 '국산 프리미엄 사료'를 내세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김 회장의 장녀인 김주영 하림펫푸드 이사도 출범 초기부터 사업에 참여해 브랜드 출시를 기획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올리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지난해 출범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85억원, 영업이익은 약 6억원을 기록했다. '하림이 왜 펫푸드 사업을 하느냐'란 시장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한 셈이다. 또 유로모니터 기준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하림펫푸드의 '더리얼'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7위에 올랐다. 2019년에는 10위권 밖에 있었지만 단숨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시장점유율 상위권 사료 브랜드가 대부분 해외 회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공주/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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