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0조 적자에 한국전력 '초비상'..."SMP상한제 빨리 도입해야"
한국전력이 올 3분기까지 22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1~3분기 누적)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건 발전사로부터 비싸게 전력을 사서 국민에게 싸게 파는 구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연말까지 30조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전의 영업손실에 따른 한전채 발행 증가는 채권 수요를 흡수해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에 제동까지 걸리면서 한전은 내년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 이외엔 돌파구가 없는 극한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우선 전력도매가(SMP) 상한제를 12월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도매가격으로 지금처럼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SMP가 치솟을 경우 한전은 발전사에 더 많은 전력비를 지급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SMP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도록 하는 'SMP 상한제' 도입을 지난 5월 예고했다. 산업부는 이 제도를 다음달 12월부터 3개월 한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SMP 상한제' 안건을 상정한다. 산업부안이 통과되면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발전사가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기준가격인 SMP가 지난 10년 평균의 1.5배를 넘겨서 팔지 못한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 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업계의 반발이 문제다. 업계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날 경우 도입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한전은 올 들어 몇 차례 전기요금을 올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를 밑돌아 전기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앞서 한전은 올해 4월 킬로와트시(㎾h)당 6.9원, 7월 ㎾h당 5원을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h당7.4원 올렸고, 전기 사용량 300㎾ 이상의 대용량 사업자 대상 요금은 추가 인상했다. 분기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한전은 이제 내년에나 요금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한전은 적자로 부족해진 자금은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 발행 한도마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의 사채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넘지 못한다'고 규정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제16조에 따라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는 지난해 말 기준 91조8000억원에서 △올해 말 29조4000억원 △2023년말 6조40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부족자금의 90% 이상을 사채로 조달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채발행 한도 초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상장 공기업 최초로 채무불이행과 완전자본잠식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시가총액 12조원대 상장사인 한전이 자본잠식 위기에 몰릴 경우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에 불어닥칠 충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전의 이런 상황은 채권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 올들어 신용채권 중 가장 많이 순발행된 채권은 한전채다. 10월까지 순발행된 한전채는 약 20조2000억원치다. 전체 공사채 순발행액 29조9000억원 중 2/3에 달하는 규모다. 한전채 누적 발행액은 지난 봄 15조원을 넘어섰다.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 4월 국고채 3년 금리가 3%를 웃돌았고 한전채 2년 금리가 3.5%에 다가섰다.
올해 발행된 한전채 규모는 총 23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10조32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표면금리가 연 6%에 육박해 일반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인데 이자까지 많이 주니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건 당연했다. 한전은 1년6개월 만기 채권을 발행하며 단기자금시장의 돈을 흡수했다.
한전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전력설비 투자 위축도 문제다. 한전은 현재 동해안 HVDC(고압직류송전) 설비 구축사업과 노후 송·배전 선로 교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을 위한 연계망 구축 등 대규모 설비 투자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일례로 동해안 HVDC 건설이 지연될 경우 현 전력망 송전한계 초과로 신한울 1·2호기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설비공사 발주가 중단되고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한전의 6500여개 협력사의 경영난 등 전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복(復) 원전'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상황에서 한전을 앞세운 원전 수출 등 동력역시 훼손될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묶인 것에 대해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 국내외 한전 주주들의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구조를 막기 위해서라도 SMP상한제 등 가용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한다"며 "물가부담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언제까지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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