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생 희생자 나왔지만 지원 없어…반쪽 참사 대책
[EBS 뉴스12]
EBS 뉴스는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를 '10.29 참사'로 부르는데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적 트라우마를 줄이고, 해당주민에게도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10.29참사 희생자 156명 가운데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대학생들의 트라우마가 커,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정부도 나서서 이들에 대한 심리 지원을 집중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EBS 취재 결과, 희생자가 나온 일부 대학에 대한 지원은 아예 빠져있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성공회대학교.
지난 10.29 참사로 학생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대학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요청이 전주보다 4배 늘었습니다.
인터뷰: 성공회대 재학생 (10.29참사 목격자)
"영상이나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다 보니까 그런 거 보면서 조금 마음이 안 좋기도 했고, 큰 소리가 나거나 앰뷸런스를 보거나 그러면 심장이 약간 쿵 떨어져 내린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교육부는 지난 9일, 참사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을 한 달 동안 집중지원하는 내용의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특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대외 행보로, 대책 회의를 직접 주재해 이목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희생자가 두 명이나 나온 성공회대는, 정작 관련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교육부의 사립대학 상담센터 지원 예산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유일한데, 성공회대는 지난해 8월부터 일반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돼, 이 사업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성공회대 관계자
"상당히 열악한 거죠. 지원을 많이 해주면 그만큼 상담 쪽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교육 활동과 상담 활동을 충분히 할 수가 있을 텐데 예산 부족으로 못 하는 게 너무 많죠."
10.29참사로 사상자가 발생한 대학은 모두 46곳.
하지만 교육부는 이중 성공회대처럼 지원 받을 수 없는 대학이 있는지 확인해줄 수 없고, 이런 대학에 대한 추가 지원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20대 희생자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많았고, 당시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도 약 13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상당수 학생이 사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체 대학 상담센터의 고질적인 인력과 예산 부족 역시 해결 과제로 꼽히지만, 이또한 이틀 전 대책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진 바가 없습니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발표한 '대학생 마음건강 지원방안'에 따르면, 학내 전문상담 인력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재학생 수는 1,150명 수준입니다.
정부도 "수요에 비해 예산 및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학교별 여건 및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의 운영 규모 및 질에 있어 편차가 크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인터뷰: 박제일 용인대 교수 / 전국대학교학생상담협의회 임원
"(상담 인력의) 안정성, 전문성 이런 것들이 보장되지 않으니까 아주 최소한의 프로그램들만 운영을 하는 학교들이 사실 대부분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피해는 학생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2학기 기준 수도권 소재 대학 46곳 중 7곳은 평균 상담 대기 시간이 한 달이 넘었습니다.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여러 대학에서 10.29참사 관련 긴급, 단기 상담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인력과 자원을 보강하는 등의 장기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도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동훈 소장 / 성균관대 외상심리건강연구소
"2년마다 계약직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하나 있고 (대학들이) 트라우마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들을 확보를 해야 되는 것도 향후의 과제(입니다)."
10.29참사에 대학생들의 트라우마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꼼꼼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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