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나 홀로 아파트’ 대출 시세 평가 쉬워진다

금감원,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 예고
50세대 미만 아파트 자체 시세 평가 가능해져
혁신금융사업자, 규제개선 요청 최초 승인 사례

1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1

‘나홀로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은행이 50세대 이하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실행할 때 자체적으로 시세 평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택 담보가치 산정 시 50세대 미만 아파트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 기준을 정해 적용할 수 있도록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이달 말 개정할 예정이다.

은행은 현재 주담대 실행을 위한 주택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국세청 기준시가 ▲감정평가액 ▲한국부동산원 산정 가격 ▲KB부동산시세 등 4가지 방법만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50세대 미만 아파트의 경우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시세가 적용되지 않아 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

은행권은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소규모 아파트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받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는 신용평가사에 의뢰해 해당 아파트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 두 곳으로부터 받은 시세 조회 결과에 리스크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한다. 일반적인 주담대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한 복잡한 구조다.

금감원은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소규모 아파트도 가치평가 시 단독주택 등과 같이 자체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 단독주택은 감정평가법인을 거치지 않더라도 은행권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체 평가를 통해 주담대를 실행한다.

이번 조치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제공되던 공감랩, 빅밸류 등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들의 부동산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감랩과 빅밸류는 은행에서 주담대 심사 시 공공정보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시세 자동평가 모델을 담보가치 산정 기준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도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공감랩과 빅밸류의 부동산 시세 평가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이 끝나면 이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의 시행세칙 개정으로 은행권은 빅테크의 시세 평가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행세칙 개정은 혁신금융사업자의 규제 개선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2019년 6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공감랩과 빅밸류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만료 후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이를 받아들여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규제 개선 요청제 도입 이후 최초로 규제 개선이 승인된 사례다.

금감원 관계자는 “혁신금융사업자의 요청을 금융위가 수용하면서 금감원이 세부세칙을 바꾼 것”이라며 “이번 세칙 개정으로 은행은 핀테크의 시세 평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시세 평가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은 평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인 내부평가기준 및 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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