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권 외풍 논란…관치 우려 키우는 당국
기사내용 요약
尹정부서 첫 금융수장 대거 임기 만료 앞두고 외풍 논란
오너 없고 당국 규제감독 받는 금융사…외풍에 취약
MB '4대 천황', 박근혜 '서금회' 재현되나…금융권 긴장
금감원장 "외압은 없다"면서도…"현명한 판단 기대" 논란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을 계기로 금융권에 외풍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번 중징계 결정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변수가 생긴 가운데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맞이하는 금융권에 인사 태풍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대한 외압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행정소송 가능성에는 압박성 구두경고를 내놓으며 되레 관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12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 회장이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장 중에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에,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연임이 거론되던 손 회장은 지난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책임으로 금융위원회가 '문책경고'를 최종 확정하면서 암초를 만났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 순으로 '주의-주의적 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 권고' 등으로 나뉘는데 3단계인 문책경고 이상부터는 3~5년간 금융권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여서다.
손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관련 중징계에서도 취소청구소송과 효력정기 가처분신청을 냈듯이 이번에도 행정소송을 낼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소송 여부와 별개로 그의 연임 가도에는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이 정권 차원의 본격적인 외풍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문책경고를 결정한 지난해 4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이후 손 회장 제재 확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연말을 앞두고 최근 급물살을 탄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주회장과 은행장들의 대거 임기 만료 시즌과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다.
앞서 지난 7일 아들 관련 의혹으로 금감원의 검사 타겟이 된 김지완 BNK금융그룹 전 회장이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권 수장 물갈이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후 BNK금융은 이사회에서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는데 친정권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길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었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를 놓고도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관료 출신 올드보이나 현 정권에 줄을 댄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실제 역대 정부가 바뀔 때 마다 금융당국 수장 교체가 이뤄지면 민간 금융기관의 CEO들은 순차적으로 소위 '물갈이'되는 역사가 반복돼 왔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금융권을 호령하며 '4대 천황'으로 불리던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줄이 물러난 바 있다.
4대 천황이 사라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에서 맹위를 떨치기도 했다.
금융지주는 자산이 수백조에 달하지만 재벌과 달리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국민이 맡긴 돈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 금융산업이 유독 외풍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 지분이 들어가 있었던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완전 민영화되기까지 20년 간 여섯 번이나 회장이 바뀌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관치 우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손 회장에 대한 구두 압박 수위는 높이고 있다. 손 회장이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과 가처분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사실상 소송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듯한 모양새여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 중징계를 외풍으로 보는 시선에 "정치적 외압이든 어떤 외압이든 있지 않다. 혹여 어떤 외압이 있다면 제가 정면으로 그것을 막겠다"며 "금융사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전제로 자율성과 시장원리를 존중해야 하므로 어떤 외압적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을 것이고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이라고 말헀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일각에선 일선 창구에서 벌어진 불완전판매를 은행 본점이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지적하는데 이 사건은 우리은행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벌어진 굉장히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며 손 회장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나아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아마 당사자께서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한 '심각한 사건'으로 중징계가 마땅한 만큼 소송에 나서지 말고 알아서 물러나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를 놓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외풍을 부인하면서도 사실상의 거취 압박을 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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