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인플레·환율 안정세…통화 긴축 유지 여전히 과제”

[치솟는 물가]한은·한국경제학회 개최 국제콘퍼런스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은행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한은·한국경제학회 공동 개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발표 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7%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 7.9%를 밑도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도 여유를 찾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부문으로 자금 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 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가 전망에 ‘체계적 오차’가 있었다고도 인정했다. 그는 올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원화 가치 절화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주요 중앙은행 중 일본과 중국이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원화의 달러화 대비 평가절하 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며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음에 따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당면한 과제로 전 세계적인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를 언급하며, 미·중 간의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이 글로벌 무역 위축으로 이어지고, 수출 의존형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 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