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M부스] 민간인은 태우고 MBC는 배제 - 1호기가 사유물인가?
■ 1호기 1층 좌석번호 44A(창가쪽) "신OO"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취임 후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순방을 떠났던 지난 6월 27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 날 오후, MBC는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1호기의 귀국길 좌석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저희는 눈으로 재빨리 좌석표를 스캔했습니다.
- 1층 좌석번호 44A(창가쪽) "신OO"
지난 5월 신 씨에 대한 '사적 채용'이 진행될 때, 그리고 6월 3일 신 씨가 순방 답사팀으로 갔을 때, 6월 22일 신 씨가 선발대로 출국했을 때 몇 번의 단독 기사를 제때 쓰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사적 보좌'와 '사적 수행', '사적 채용' 논란의 당사자가 1호기에 탑승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귀국 날인 현지시간 6월 30일 신 씨는 예상대로 1호기 1층 창가쪽 44A 좌석에 탑승해 마드리드를 출발했습니다.
이 사실을 1호기에 탑승해 있던 MBC의 또 다른 취재진을 통해 크로스체크 완료했고, 7월 1일 오후 1시쯤 1호기가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하자 1호기에 탑승해 있던 MBC 취재진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씨가 1호기에서 내리는 장면도 육안으로 재차 확인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부부의 민간인 지인이 1호기를 타고 해외순방에 동행한 것도 모자라 국가기밀까지 취급하게 한 초유의 사건. 말로만 떠돌았던 윤 대통령 부부의 '사적 수행', '사적 보좌', '사적 채용' 논란이 최초로 물증을 통해, 취재를 통해 확인된 순간입니다.
■ "저 공무원 아니에요"..'1호기 순방' 질문에 전화 끊어버린 신 모씨
윤 대통령의 특수통 검사 후배인 현직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이자,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고액 후원자, 그리고 윤 대통령이 결혼 중매까지 서 줬던 사이인 신 씨는 지난 7월 4일 MBC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공무원도 아니고, 대통령실 직원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 어떤 자격으로 1호기를 타고 나토 순방을 갔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신 씨는 질문을 듣던 도중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후 어떠한 전화나 문자 질의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신 씨의 남편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무원도 아니고 대통령실 직원도 아닌 자신의 아내가 1호기까지 타고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러 해외 순방에 동행했는데 그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정말 없었는지, 그리고 '이해 충돌'과 '사적 채용' 논란의 소지가 버젓이 예상되는데도 무리하게 자신의 아내를 대통령실에 채용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이 비서관은 지금까지도 아무런 해명없이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신 씨가 통화에서 가장 많이 보인 반응은 "내 번호 어떻게 알았냐", "어디서 내 번호를 입수했느냐"는 짜증섞인 말들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보안이 뚫린 것을 매우 당황스러워했습니다.
그렇게 MBC가 신 씨와 통화한 지 3시간여 뒤인 7월 4일 오후,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MBC 취재진에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직접 통화하셨다고? 대통령실에 지금 비상을 걸어놓고 기자실에도 안보이던데? 어디갔어? 발칵 뒤집어놓고. 그쪽에서 대응이 안되니까 우리한테 SOS를 친 모양인데. 얘기를 좀 합시다. 그래서 보도 시점이 언제요?"
고위 관계자는 다급해 보였습니다. SOS를 쳤다고 했습니다. 비상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발칵 뒤집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1호기에 민간인을 태워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겁니다.
■ 민간인 지인은 태우면서 MBC는 타지 마라?.."1호기는 사유물 아냐"
알고보니 신 씨는 단순한 민간인 지인이 아니었습니다. 신 씨는 현지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같은 숙소에 머물며 국가기밀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동선 등을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시로 받아봤습니다. 담당 공무원들도 신 씨가 민간인인 줄 모른채 대통령실 정식 직원으로 오해해 국가기밀들을 의심없이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격과 권한없는 민간인이 최고 권력자 주변을 맴돌며 중요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던 겁니다.
국가원수의 일정과 동선을 권한없는 민간인이 미리 받아본다는 것은 매우 엄중하고 위중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특수부 검사 선후배, 결혼 중매, 고액 후원자 관계로 엮인 민간인이 1호기까지 타고 공적 영역과 뒤섞일 경우 그것은 또 하나의 권력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민간인은 1호기에 태우고 다니면서,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에 대해서만 1호기 탑승 배제 방침을 통보해왔습니다. 그것도 출국 직전에 말이죠. 윤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MBC 탑승 배제 결정에 동조했습니다. 하지만 MBC 취재진이 1호기에 탑승하는게 어떤 국익을 침해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습니다.
지난 7월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연속 보도 이후 윤 대통령 부부는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는 감히 '1호기 사적 수행'을 시도할 수 없게 됐고, 보는 눈이 많아져 '사적 채용'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 취임 초기, 권력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싹을 틔우던 대통령 주변 사적 권력을 고발한 점은 비선으로의 확대를 예방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MBC 탑승 배제 결정에 동원된 '국익'은 어떤 의미일까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무엇일까요?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고집부리기보다 1호기 민간인 탑승이나 비속어 논란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오히려 '국익' 아닐까요?
-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내 언론단체 성명 中)
- "내외신 모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 보도의 논조나 성격에 관계 없이 모든 미디어에 동일한 접근 원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 성명 中)
국내 뿐 아니라 많은 해외 언론인들도 윤 대통령에게 묻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방송 취재진을 해외 순방에서 배제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말한 글로벌 이미지냐"고 말입니다.
이기주 기자(kijul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26029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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