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고, 배당금 챙기고"…조현범 회장의 '계열사 재테크'

정윤아 기자 2022. 11. 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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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한국테크노링 환영사(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받은 가운데 이번 혐의로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올린 수익이 주목된다. 특히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은 부당지원 혐의를 받은 계열사로부터 108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이는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타이어 직원 평균 임금(3100만원)의 348배에 달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옛 MKT)로부터 타이어 무늬를 만드는 생산장비인 '타이어몰드'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며, 과징금 80억300만원과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오너 일가가 지분 확보하자 한국타이어가 물량 지원

한국타이어는 자사에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MKT에 대해 지난 2009년 7월부터 인수 작업을 추진했다. 한국타이어는 당시 MKT홀딩스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식으로 2011년 10월 한국타이어그룹에 MKT를 정식 계열사로 편입했다.

MKT홀딩스 지배구조는 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회장 29.9%, 조현식 고문 20.0% 순으로 오너 일가가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MKT 계열 편입 이후부터 2013년까지는 기존 단가 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 물량을 계속 늘렸다. 이에 따라 MKT 영업실적은 한국타이어가 인수하기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2008~2011년 MKT 평균 연 매출은 144억7000만원이었는데 한국타이어로 편입된 이후인 2012~2013년 평균 연 매출은 197억4000만원으로 이전대비 52억7000만원(36.4%) 증가했다.

평균 연 매출이 매년 이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한국타이어가 배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진단이다.

MKT의 이러한 실적 개선은 한국타이어가 비계열사에 했던 발주 물량을 MKT로 옮겨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타이어몰드 외부 협력업체들의 반발을 샀고, 한국타이어는 MKT 이익 보전을 위해 새로운 타이어몰드 구매 정책을 정립할 필요성을 맞는다. 급기야 2014년 2월 한국타이어는 MKT가 매년 40% 이상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단가 정책을 만들었다.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한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해줬는데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스스로도 적용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타이어가 MKT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매출과 이익을 몰아준 배경에는 MKT 지분 29.9%를 조현범 회장이 보유했고, 또 다른 오너일가인 조현식 고문 지분율도 20%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오너들이 핵심 주주인 MKT에 대한 특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 인상폭이 큰 유형의 몰드를 대부분 MKT로부터 공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낮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집중적으로 발주하기도 했다.

MKT의 영업이익률 13.8%→32.5%로 '껑충'

한국타이어의 이런 지원에 힘입어 MKT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보였다.

단적으로 MKT 영업이익률은 한국타이어 지원을 받기 전인 2010~2013년에는 연평균 13.8%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MKT를 집중 지원해줄 당시인 2014~2017년에는 연평균 32.5%를 기록했다.

MKT는 국내 몰드 제조 시장 점유율도 2014년 43.1%에서 2017년 55.8%로 수직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MKT가 벌어들인 이익은 고스란히 MKT 인수 당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요주주인 조현범·조현식 오너 일가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MKT는 2015년에 MKT홀딩스 합병시 빌린 차입금 348억5000만원을 모두 상환했다.

차입금을 갚은 뒤에는 오너 일가에 막대한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2016~2017년 조현범 회장에게 배당된 배당금만 65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조현식 고문에게도 43억원을 배당했다.

MKT는 사명을 한국프리전시웍스로 바꾼 이후에도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을 멈추지 않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2년간 한국프리전시웍스는 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 조현식 고문에게 164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각 주주의 지분율대로 환산해보면 한국타이어 82억원, 조현범 회장 44억원, 조현식 고문 32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너무 빈번한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한국타이어 계열사 중 절반에 달하는 13개 계열사를 규제 대상회사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의 평균 지분율은 47.3%로,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높았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계열사도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오너 2세의 평균 지분율도 당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높았다.

공정위의 이번 고발조치 이전에도 한국타이어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내부 거래 비중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러지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인 한국네트웍스는 조현범 회장 일가가 60% 지분을 보유했는데, 2021년 기준 내부거래 비율이 71%에 달한다.

조현범 회장은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한때 경영권 분쟁을 벌였는데,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전부를 넘겨받고 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공정위 조치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적극적인 소명에도 불구,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져 유감"이라며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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