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수퍼 서프라이즈···코스피 3%·삼전4% '껑충'
‘카카오 4형제’ 등 성장주 쾌속질주
통화정책 불확실성↓···투자심리 개선
“악재 전혀 없어 연말까지 랠리 가능”
실적 악화 충격 대비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격 와도 하단 제한적이라는 의견 공존
미국의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수치로 드러나자 국내외 증시가 껑충 뛰어올랐다. 일각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악재가 해소돼 연말까지 증시가 ‘산타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온다. 다만 최근 코스피가 꾸준히 반등세를 이어오면서 어느새 25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처음으로 3% 오른 코스피···성장주·대형주 ‘질주’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18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73.46포인트(3.10%) 오른 2476.5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3% 넘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코스닥 역시 전날보다 20.47포인트(2.89%) 오른 728.25를 나타내는 중이다.
긴축 공포가 짓누르던 성장주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카카오(035720) 4형제’는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카카오(14.96%)부터 카카오뱅크(323410)(19.17%), 카카오페이(377300)(28.18%), 카카오게임즈(293490)(11.08%)까지 모든 종목이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도 9.66% 오르며 20만 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 밖에 크래프톤(259960)(16.41%), 엔씨소프트(036570)(12.32%) 등 다른 성장주에도 투자 수요가 크게 유입됐다. 삼성전자(005930)(3.81%), LG에너지솔루션(373220)(2.98%), SK하이닉스(000660)(4.94%) 등 대형주 역시 수혜를 누렸다.
긴축 공포 사라진 금융시장···환율·증시 모두 안정세
미국의 10월 CPI에서 물가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7.7%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인 7.9%를 밑돌았다. 이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위원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대는 “그간 우리의 누적된 긴축을 고려했을 때 향후 몇 달 동안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50bp로 결정될 확률은 전날 56.8%에서 80.6%로 크게 올랐다.
외환시장도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날 오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6원 10전 내린 1331원 40전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400원을 웃돌았지만, 1300원 초반 대까지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악재 사라진 시장···연말까지 ‘산타랠리’ 가능”
일각에서는 최소 연말까지 증시가 안도 랠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우선 외국인 수급이 매우 우호적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6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는 중이다. 10월 이후 외국인이 유가증권에서 사들인 금액은 5조 6900억 원에 이른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미국 CPI 호재가 아니더라도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당분간 랠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CPI마저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현재 시장에서는 악재가 사라졌다”며 “기술적 반등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고 판단하며 2600~2700을 상단으로 개별 종목 중심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늘릴까, 현금 늘릴까’···증권가서도 엇갈린 전망
증권가는 당분간 시장이 안도 랠리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지만, 랠리 이후의 전망은 갈리는 양상이다. 우선 지나친 기대감을 줄여야 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스피가 바닥 수준에 머무를 때는 저평가 매력이 증가하면서 반등의 동력이 됐지만,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실적악화 등 펀더멘털 동력의 약화가 지속·심화되고 있지만, 지금 증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과도했던 통화정책 기대감의 되돌림이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연준의 총재들 역시 조기 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위험선호심리가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의 불확실성들에 대비해 주식 포트폴리오 내 업종간 비중 조절이나 고배당주 등 방어력이 높은 종목들을 추가로 편입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증시에 충분히 반영돼 있으며 꾸준히 우상향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돼 온 만큼, 실제 침체가 와도 기존 하한선이 단단한 지지력을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계속 거시경제 상황을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역실적장세의 영향으로 조정을 받아도 그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스피의 자본이 꾸준히 쌓여가면서 PBR(주가순자산비율)에 근거한 코스피 수준도 계속해 우상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 연구위원 역시 “보통 경기 침체가 오면 고점 대비 30~40% 주가가 하락하는데, 국내 시장의 종목들은 이미 그 수준”이라며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의 이익 전망치는 빠르게 내려왔고 주가에 선반영돼 있어 오히려 외국인 수급 등의 영향이 우호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던 증권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하면서 현금 비중에 대한 의견은 축소로 하향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 역시 “실적은 주가에 선행하기 때문에 실적 추정치가 급격하게 내려가는 시기에서 PER(주가수익비율) 급등은 매수신호가 되는데, 이러한 신호가 최근 발생했다”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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