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자’의 다양한 얼굴[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2022. 11. 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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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당신은 얼마나 아나요

<시간의 대가: 이자에 대한 이야기>

에드워드 챈슬러

치솟는 이자율 상승세로 위축되어 온 세계 경제가 계속된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초래된 초저금리가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를 괴롭힌 낮은 경제 성장, 불평등 증가, 부채 수준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시의적절하게 최근 출간된 책 <시간의 대가: 이자에 대한 이야기>의 저자 에드워드 챈슬러는 전직 투자전략가이자 금융사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역사적 관점을 담아 풀어냈다. 먼저 중세를 거쳐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배경으로 시작해서 분리될 수 없는 이자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서 초저금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과거 세계 곳곳의 경제위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생산성 성장의 붕괴, 감당할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불평등 증가, 재정적 취약성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적어도 과거 5000년 동안 사람들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 고대 세계에서 고리대금은 착취적이고 부정적인 행위의 상징이었는데 중세 후기부터 자본주의가 확립되면서 대출 기관이 자본을 처분하는 데 필요한 보상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자에 대한 많은 정의 가운데 이자는 ‘시간의 대가’라는 개념은 미래보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의 타고난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자의 발명은 자산을 평가하고 위험에 가격을 매기는 등 시간을 초월해서 거래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금융 역사상 매우 중요한 혁신이었다. 제시간에 가격을 책정하거나 일정 기간 자본 사용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면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이자는 꼭 필요하다. 화폐의 시간 가치는 평가 과정에서 핵심적인 내용이다.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존 로(John Law)는 18세기 초에 “기대는 항상 할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는 미래 현금 흐름이 순 현재 가치 또는 시장 가격으로 변환되는 할인율로 사용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암호화폐 같은 거품 등은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이자율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의 지적대로 “이자는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면 최근의 사태는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는 경제 성장을 약화하고 금융 취약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또 다른 금융위기의 여건을 조성했다.

이자는 위험의 대가이기도 하다. 대출 기관이 제삼자에게 돈을 넘겨준 대가로 받는 보상이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자율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일정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업이나 거품 같은 일에 투자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저금리가 신흥 시장의 부채 증가를 동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저금리 시대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주요 수혜자가 사회에서 큰 특권을 가진 주식 기반 보상이 주어진 기업의 임원, 차입 매수 및 부채로 조달한 인수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와 보너스를 챙겨 넣은 은행가와 투자자 등이라는 점이다. 부의 불평등이 더욱 증가했다. 자본을 배분하고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자가 필요하다. 이자의 역할이 미치는 악한 영향력과 그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긴밀하고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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