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감독 3가지 키워드…우승-젊음-외인

김원형 SSG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2023시즌 프로야구를 이끌 10개 구단의 감독이 속전속결로 정해졌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자마자 NC가 강인권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한 데 이어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작별하고 이승엽 신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삼성 역시 박진만 감독대행의 ‘대행’ 꼬리표를 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도 빨랐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후 얼마 지나지않아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전한 뒤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SSG는 심지어 한국시리즈 동안에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 소식을 알렸고 키움은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친 뒤 홍원기 감독과 3년 더 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 연합뉴스

이밖에 나머지 KT, KIA, 롯데, 한화 등은 기존 사령탑을 그대로 이어가게 되면서 10개 구단은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내년 시즌 10명의 감독들은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볼 수 있다.

가장 첫번째 키워드는 ‘우승’이다.

SSG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김원형 감독과 재계약 조건 협상을 앞두고 있다. 2년만에 팀을 왕좌의 자리로 올린 김원형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왕조 건설’을 꿈꾼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날에도 “지금도 내년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SSG가 어떤 대우로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수베로 한화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돌풍을 이끈 키움은 홍원기 감독에게 다시 한번 우승 재도전의 기회를 줬다. 홍 감독은 3년 재계약에 성공했고 “내년에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도전하겠다”라며 다시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가 플레이오프에서 꿈이 좌절된 LG는 우승을 하기 위해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LG는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했고 염 감독도 우승을 “마지막 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 역시 다시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KT는 올시즌 강백호 등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선두 다툼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T에 패해 1경기만에 가을 야구를 끝낸 KIA 역시 다음 시즌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 10월말에는 손승락을 퓨처스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등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젊음’이다.

NC, 삼성, 두산은 새 얼굴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NC 강인권, 삼성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 감독 대행을 수행했으나 정식 감독으로 시즌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다. ‘레전드’ 이승엽 감독 역시 처음으로 프로팀의 수장을 맡았다.

강 감독은 1972년생, 박 감독과 이 감독은 1976년생이다. 강 감독은 김원형 감독과 동갑내기이지만 이제 감독으로 첫 발을 뗀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감독과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스타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명의 감독이 선보일 용병술은 프로야구의 흥행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한화는 외국인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건다.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 그리고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다음 시즌에도 함께 간다.

두 팀은 모두 올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는 8위, 한화는 10위였다.

2020시즌 중반부터 롯데 1군 감독을 맡은 서튼 롯데 감독은 당초 계약 기간은 2022시즌까지였지만 지난해 12월 2023년까지 1년 연장을 하기로 했다. 롯데는 올해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했다. 서튼 감독은 마지막해인만큼 팀의 오랜 염원인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야한다. 그룹 차원에서도 190억원의 유상 증자를 의결하면서 든든한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020년 한국에서 지휘봉을 잡을 때 3년의 계약을 했다. 수베로 감독에게도 다음 시즌은 마지막 해인 셈이다.

한화는 정미철 단장이 물러나는 등 구단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에게 원한 건 ‘리빌딩’이었다. 2년간의 리빌딩 과정을 거쳐온 한화로서는 다음 시즌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수베로 감독이 내년 풀어야할 숙제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