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막았는데…" 자식 같은 돼지 ASF로 모두 잃은 농가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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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애써 막았는데, 바이러스가 어떻게 농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네요."
11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서 대규모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A(57)씨는 돼지 소리가 뚝 그친 돈사를 먼발치서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그의 농장을 덮친 까닭이다.
A씨는 귀한 돼지들을 땅에 묻지 않고자 애썼고,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ASF는 그의 농장 울타리를 넘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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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확산 아직 없어…철원 농장 64곳 정밀검사 결과 내일 나올 예정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년 동안 애써 막았는데, 바이러스가 어떻게 농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네요."
11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서 대규모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A(57)씨는 돼지 소리가 뚝 그친 돈사를 먼발치서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A씨는 전날 자식 같은 돼지 5천500마리를 모두 땅에 묻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그의 농장을 덮친 까닭이다.
밤새 궁리했지만 어떻게 바이러스가 촘촘한 방역망을 뚫고 돼지에게 번졌을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30년 양돈 경력의 A씨는 4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양지리에 터를 잡았다.
이전까지 경기 양주시에서 돼지를 키웠지만, 도시화로 점차 축사가 밀려나는 상황에 놓이자 공기 좋은 철원에서 번듯한 터전을 꾸려볼 마음이었다.
85억 원을 들여 7천 마리 넘게 사육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지었다.
울타리와 방역실, 출하대, 전실, 방조·방충망 등 8대 방역 시설은 빠짐없이 갖췄다.
그의 정성을 먹고 자란 돼지들은 곧 새끼를 품고, 축사를 점차 채워나갔다.
사실 A씨 농장에는 3년 전에도 살처분 위기가 닥쳤었다.
2019년 10월 ASF가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에서 발생해 확산하자 정부는 남방한계선으로부터 10㎞ 이내에 희망하는 양돈 농가에 수매·도태 정책을 시행했다.
규격 120㎏ 내외 비육돈은 정부가 수매하고, 규격 외 돼지는 매몰하는 방식이다.
철원 양돈 농가 절반이 동의했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역 시설을 충분히 갖췄기에 돼지를 죽이지 않더라도 ASF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A씨는 귀한 돼지들을 땅에 묻지 않고자 애썼고,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ASF는 그의 농장 울타리를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달 8일 축사 내 돼지들이 잇따라 죽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끔 발생하는 폐사체와는 조금 다른 듯해 방역 당국에 의심 신고를 했고, 이튿날 늦은 오후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A씨는 "직원이 바뀐 것도 아니고, 돈사 안으로는 멧돼지는커녕 고양이나 까마귀도 못 들어올 정도로 방역에 신경 썼다"며 "지면에서 1m 높이로 축사를 올렸는데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져서 돼지를 다시 들이기까지 반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 대출 상환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으니 손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철원군 공무원들도 허탈함에 빠졌다.
3년 전 ASF가 턱 밑까지 위협할 때 담당 공무원과 경찰, 군인, 유급 인력 등과 함께 24시간 동안 거점소독소와 농장 초소 등을 교대로 지키며 고생한 터라 속상함을 달랠 기운이 없을 정도다
이들은 더위와 먼지, 악취 등을 견디며 농장 내 확진을 막아냈었다.
한 공무원은 "모든 직원이 철원군은 ASF 청정 지역으로 만들고자 애썼는데 갑자기 농장 감염과 살처분 소식을 들으니 허탈하다"며 "추가 확산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철원에는 농장 64곳에서 돼지 15만7천223마리를 키우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 가장 큰 규모다.
도 방역 당국은 전날부터 철원 내 모든 농장을 돌며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추가 감염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검사 결과는 12일 오전께 나올 예정이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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