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분기 영업손실 7조5309억원… ‘年 30조 적자’ 현실화

이윤정 기자 2022. 11. 11.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분기 영업비용 27.3조원 증가
반면 판매수익은 6.6조원만 늘어
SMP 급등에도 요금 인상 제한
”요금 정상화·재무개선 추진”

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에 7조53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3분기까지 2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연료비가 급등하는데도 전기요금은 충분히 인상되지 않아 갈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향후 5년간 14조원 규모의 재무개선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한편,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9조773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16조4622억원) 대비 20.1%, 지난 2분기(15조5280억원) 대비 27.3%씩 늘어난 수준이다. 한전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51조76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조1470억원)보다 14.7% 증가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오히려 커졌다. 3분기에만 7조5309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 동기(-9366억원), 전분기(-6조5165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각각 6조5943억원, 1조144억원씩 확대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한전이 낸 영업손실은 총 21조8342억원이다. 지난해 1~3분기(-1조1240억원)보다 무려 20조7102억원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올해 적자가 이렇게 커진 것은 연료가격 급등으로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3분기 영업비용은 27조3039억원이며,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73조699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비용은 46조2710억원 수준이었다. 올 들어 1분기 24조2510억원, 2분기 22조444억원 등 영업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영업비용 항목을 살펴보면, 먼저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었다. 올해 1~3분기 누적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조8103억원, 15조7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급등해 전력시장가격(SMP)이 2배 이상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3분기까지만 해도 LNG는 톤(t)당 평균 61만6400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평균 가격이 132만5600뭔으로 115.1% 뛰었다. 유연탄 역시 t당 123.5달러에서 354.9달러로 187.4% 치솟았다. 이에 SMP는 지난해 1~3분기 kWh(킬로와트시)당 83.3원에서 올해 1~3분기 177.4원으로 113% 올랐다. 여기에 발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기타 영업비용도 1조4451억원 늘었다.

나가는 돈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들어오는 돈은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전기판매수익은 1~3분기 누적 47조9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하면 6조618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비용이 같은 기간 27조3283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4월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을 ㎾h당 각각 4.9원, 2.0원씩 올리고 연료비 조정요금도 올해 3분기 5원 인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기요금이 연료비 상승에 맞춰 제때 오르지 못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있다. 원전을 배제하고 값비싼 LNG, 신재생에너지를 늘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었지만, 정부는 ‘탈원전 청구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이에 연료비와 연동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올 3분기에야 조정이 시작됐지만 상한폭과 국민 부담 등으로 인해 한꺼번에 올릴 수 없었다.

한전은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14조3000억원 규모의 재무계선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평가된 토지의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7조원의 자본을 확충하고, 안정적 전력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사업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2조3000억원어치 비용을 절감하고, 1조5000억원어치 자산 매각, 서비스요금 현실화를 통한 1조원 수익 확대 등에 나서기로 했다.

한전법 개정을 통해 사채발행 한도도 높이기로 했다. 한전은 전력구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매달 대규모로 사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 올해 사채발행한도는 92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실적 악화로 내년에는 29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이미 누적 발행액이 사채 발행 한도를 넘겨 이대로면 결산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는 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전기요금 인상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한전은 “가격 신호의 적기 제공을 통한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계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