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분기까지 약 22조 적자···전기요금 또 오르나
연료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까지 약 22조원의 적자를 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원자력발전량이 18%나 늘었지만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이 두 배 넘게 오르면서 한전의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자금난에 직면한 한전은 올해 한 차례 더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실적 결산 결과, 총 21조8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1~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적자 폭이 1조1240억 규모였는데, 불과 1년 만에 적자가 20조7102억원 늘어났다.
한전 매출액은 51조7651억원으로 전년대비 6조6181억원 늘어났다. 특히 전기 판매수익은 5조4386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세 차례 전기요금 인상과 제조업 평균 가동률 상승으로 전력 판매량이 3.7%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해외사업과 열 공급 사업 수익 증가로 기타 부문 매출도 1조원 넘게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27조3283억원 늘어난 73조59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LNG, 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이 2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LNG 가격은 올해 9월 평균 t당 132만5600원으로 전년(61만6400원)대비 115.1% 증가했다. 유연탄 가격도 t당 354.9달러로 1년 전(123.5달러)과 비교해 187.4%나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킬로와트시(㎾h)당 83.3원에서 177.4원으로 113.0% 뛰었다.
이에 따라 1년 전에 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자회사에 지급한 연료비는 10조8103억원,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 구입비는 15조729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전 자회사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원전 발전량을 18.0%나 늘리고 석탄(-5.2%), LNG(-3.2%), 신재생(-0.6%) 발전량은 줄였지만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인 4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확대돼 올해 누적 적자가 30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커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는 크게 늘었지만, 전력 판매가격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 1~8월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h당 평균 144.9원에 구입해 116.4원에 판매했다. ㎾h당 28.5원씩 손해를 보며 판 것이다.
한전 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도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전채 발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한전은 은행 대출 등 다른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가 막대한 만큼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크다. 매년 연말에 결정되는 기준연료비는 지난 1년 치 연료비에 따라 책정된다. 올해 내내 연료비가 높은 수준을 보인 만큼 내년에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 제도개선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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