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는 정말 못 살아” 8년 만에 흑자 일구고 ‘국민 기업’ 발돋움하나

김현주 2022. 11. 11. 13: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 쿠팡으로 극복한 소비자들, 분기 흑자 소식에 ‘환호’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고용 안정…주체별 ‘선순환 생태계’ 가속
연합뉴스
 
“쿠팡 없이 아기 못 키워요. 망할 줄 알았는데, 기쁘고 눈물 나네요.” “쿠팡과 인연이 벌써 6년째입니다. 새벽 7시 전에 문을 열면 단 한번도 쿠팡 제품이 늦은 적이 없었습니다.”

11일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는 “쿠팡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식의 응원 댓글이 수천 개 쏟아졌다. 쿠팡이 전날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는 소식 때문이다. 쿠팡은 올 3분기 7742만달러(약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지난 8년간 6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감내하며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를 이어오며 이용 고객도 18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러 소비자들 사이에선 “적자기간이 너무 긴데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쿠팡이 오랜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오자, 지속가능성을 걱정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마침표를 찍고 ‘국민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은 지난 8년간 쿠팡 이용을 늘리면서도 적자를 걱정해왔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듬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4만명을 고용하고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제품이 언제 배송되는지 종잡을 수 없는 택배업계 현실 속에 ‘익일배송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추진했지만 적자는 눈두덩이처럼 불어났다. 2014년 1215억원으로 시작한 쿠팡의 적자는 지난해 1조8040억원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익일배송을 넘어 신선식품 새벽배송(로켓프레시), 당일배송과 쿠팡플레이(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추가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 들였지만 “과연 흑자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함께 늘어났다.

직장인 황모(40)씨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기저귀나 삼겹살, 생필품을 쿠팡에서 제때 살 수 있어 너무 편했다”며 “그러나 과연 이렇게 적자를 감수한 서비스가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이번 발표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고 했다.

쿠팡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대한민국이 코로나 위기에 돌입한 2020년이었다. 집밖에 나서지 못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2019년 1179만명에서 지난해 1794만명까지 늘어났다. 2020년 초 코로나가 터진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손익을 따지기 보다 고객이 힘들 때 우선 고객의 버팀목이 되자”라고 말했다. 쿠팡은 천정부지 치솟던 마스크 가격을 동결하는 한편, 예상치 못하게 배송이 취소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무료배송했다. 마스크 동결 등으로 쿠팡이 부담한 추가 지출은 5000억원에 달했다. 

직장인 임모(37)씨는 “코로나로 자가격리하고 있어 집 밖을 한발자국도 못 나갈 때 쿠팡이 없었으면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앞으로 또 적자를 낼 수 있겠지만 흑자를 드디어 냈다는 점에서 내 일처럼 기쁘다”고 했다.

올 들어 ‘엔데믹’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지만, 미국발 금리인상과 물가 폭등 상황이 한국 경제를 덮치며 위기는 계속됐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 5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전년 대비 5%씩 올랐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여러 유통업체들이 ‘최저가’ 경쟁에 나섰다. 쿠팡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 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지난 7월 삼정KPMG가 국내 8대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사에서 판매되는 750개 베스트셀러 상품을 조사한 결과, 쿠팡을 제외한 다른 유통사 제품 가격이 주요 5개 소비자 카테고리에서 쿠팡 가격보다 25~60%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무료 당일·익일배송되는 3000원 이하 제품만 6000개가 넘는다. 한 네티즌은 “수년간 다른 쇼핑 앱을 쓰다 오배송 때문에 쿠팡을 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며 “배송, 반품, 환불까지 소비자 친화적”이라고 썼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빠른 로켓배송이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오랜 투자가 결실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쿠팡은 올 3분기 신선식품의 재고 손실을 전년 대비 50% 줄였고, 자동화 기술·풀필먼트·최종 배송까지 이르는 통합 물류시스템의 운영과 효율성을 높여 비용 낭비를 줄였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은 확대하는 동시, 물류와 유통 거품을 줄이는 방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쿠팡의 이번 흑자 전환은 로켓배송 서비스뿐 아니라 고용창출 안정성, 중소상공인 성공 모델 확대, 투자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1조8000억원을 미국 증시에서 조달해 한국 물류센터 건립에 투자, 고용을 6만여명대로 늘렸다. 대표적으로 조선업 불황으로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쿠팡 물류센터는 지난해 진해구 신규 고용(1457명)의 75%를 책임졌다. 온라인 판매업자 황모(35)씨는 “쿠팡을 통해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며 “쿠팡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많은 사람에게 고용 안정에 힘쓴 만큼 이번 흑자 전환 계기로 그간의 우려가 불식되면서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통 판로가 끊긴 국내 수십만 중소상공인 판매자들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 활성화되는 한편, 글로벌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기조에 불안정했던 주가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분기 흑자 소식에 쿠팡 주가는 10일 전날보다 22.59% 상승한 19.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이번 흑자 전환은 본질적으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가 손익구조의 안정적인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