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인 수직 이착륙기 등 한국과 미래 모빌리티 개척 기대”

변종국 기자 2022. 11.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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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헬리콥터스 CEO중 첫 방한 브루노 에반 인터뷰
“수리온은 한국과 함께 이룬 성과…새로운 사업 협력 원해”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 협력 기회를 찾고 싶다”

지난달 5일 한국을 방문한 브루노 에반(Bruno Even)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최고경영자(CEO)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방산 분야 협력 외에도, 큰 성장이 기대되는 무인기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헬기, 미래 모빌리티 등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손을 잡고 싶다는 의미다.

브루노 에반 (Bruno Even)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대표. 2018년 4월 1일에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CEO로 취임했으며 에어버스 집행위원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대학과 파리 고등 역학 연구소(ISAE- SupAéro)를 졸업했고, 프랑스 우주 및 국방 기업 사프란(Safran)에서 헬리콥터 엔진 및 전자·방산 등 다양한 분야의 경영을 맡았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그룹의 헬리콥터 전문 자회사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CEO가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한국 기업들과 만나고 협력을 타진한 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에반 사장은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대한항공과 무인헬기 개발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 군의 무인헬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에어버스는 기술 전수와 함께 한국 헬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에반 CEO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무인 수직 이착륙기 VSR700 개발 기술 및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 만큼, 한국의 무인 수직 이착륙기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라고 하면 여객기 제조사로 알려져있지만,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방위와 우주 사업에 특화된 기업이다. 특히,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방산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내왔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대표 헬기 ‘수리온’이다.

2006년 한국 정부와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군용 헬기 시장에서의 한국산 헬기 개발과 시장 확보를 위해 수리온 개발에 착수했다.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원형기를 기반으로 이를 개선해 가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에어버스는 기술 및 생산 지원을 했다. 에반 사장은 “수리온은 윈-윈(Win-Win) 협력의 성공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현재 수리온은 의료, 소방, 경찰 등 7개 기종으로 파생됐다”며 “KAI는 기술력과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 강력한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KAI와 함께 KUH-1(수리온), LCH(소형민수헬기), LAH(소형무장헬기)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기 유지보수 기업(MRO) 캠즈(KAEMS)와 함께 C212, CN235 등 군용기 MRO 지원 사업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수리온 헬기
특히 에반 사장은 한국 기업과 엔지니어들에 대해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에어버스는 ‘단결력’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목표를 향해 무섭게 달려가더라”며 “한국 엔지니어들이 혁신 등에서 개척자(파이어니어)가 되려는 의지가 상당하다. 신기술에 대해서도 상당히 수용적이고, 문제가 있으면 투명하게 공유하려는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무엇이든지 하려고 한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신뢰와 목표가 있다 보니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노 에반 (Bruno Even)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대표.(오른쪽)가 10월 5일 서울 중구 에어버스 헬리콥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UAM 등 미래모빌리티 산업은 에어버스그룹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항공 우주 분야의 탄소중립 활동 차원에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에반 사장은 “항공 우주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 제로 노력은 야심 찬 도전이다. 많은 혁신과 기술이 요구되는 정말 큰 도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 예로 현재 수소로 추진되는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인천국제공항과 대한항공, 에어리퀴드 코리아 등과 함께 수소 기술에서도 투자와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신기술 개발뿐 아니라, 대체 에너지와 디지털화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에반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에어버스가 기여한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19년을 기준으로 한국 경제에 8억 달러(약 1조700억 원) 상당의 기여를 했다. 6000여 개의 고숙련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는 헬기 관련 사업을 제외한 수치다. 지금도 KAI와 헬기 개발을 공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4년 대한항공이 비유럽권 항공사 중 처음으로 A300B4 항공기를 주문하면서 에어버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만큼, 에어버스도 기술 이전 및 산업 협력 등을 통해 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노 에반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대표(왼쪽)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최근 KAI와 협력해 개발한 최초의 소형민수헬기(LCH)를 국내 항공전문기업 글로리아항공에 전달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제공
에반 사장은 “전문성 함양과 지식 및 기술 이전, 일자리 창출 등을 보면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성과로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존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또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체 제작과 동력 시스템 개발, 저소음 기술 개발,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에반 사장은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이 발전하고 번영해야 에어버스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앞으로도 한국 항공 산업의 주요 파트너로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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