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오일 뿌린 각시탈' 무혐의…행안부 수사는 "검토 중"(종합)

이소현 2022. 11.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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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브리핑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 사실관계 조사 완료
'재난안전책임' 행안부·서울시 강제수사는 아직
경찰·소방·구청·공사 등 직원 잇단 참고인 소환

[이데일리 이소현 황병서 이용성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현장에서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각시탈’이 혐의를 벗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온라인상의 소문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재난안전관리 책임 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한 강제수사가 지연되는 이유에는 여전히 “법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태원 참사 사고발생 골몰길에 맞닿은 해밀톤호텔 서쪽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가벽(사진=연합)
‘아보카도 오일 뿌렸다’…특수본 “혐의없음”

특수본은 브리핑을 통해 참사 당일 현장에서 ‘각시탈’을 쓴 시민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한 결과 무혐의로 종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특수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시탈을 쓴 2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전날 소환조사를 했다. 각시탈을 쓴 2명의 신원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SNS에서 확산한 영상과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관련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닌 짐 빔(Jim Beam)이라는 술이었고, 해당 장면이 촬영된 위치 역시 참사 현장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참사 현장에서 “밀어 밀어”를 외쳤다는 ‘토끼 머리띠 남성’에 이어 ‘아보카도 오일 뿌린 각시탈’까지 SNS상 제기된 의혹은 사실 여부를 조사한 뒤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처럼 특수본이 온라인상에 제기된 소문까지 수사력을 동원하는 반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위기관에 대한 강제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법리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혐의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어느 기관이라도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 김 대변인은 “수사를 통해서 이번 사고의 발생원인과 관계기관의 조치 등의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법리검토가 어느 정도 완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와 구체적 법리 판단을 통해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 있겠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위기관에 대한 강제수사에는 착수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사진=연합)
경찰·소방·구청·교통공사 등 기관 직원 참고인 조사

특수본은 이날 경찰, 용산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최근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4개 기관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수본이 혐의가 확인돼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힌 7명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우선 용산경찰서 상황실 소속 관계자와 용산경찰서장 수행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을 추가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후 50분 뒤에서야 현장에 도착하게 된 경위와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 등이 중점으로 파악할 대상이다.

이어 특수본은 이틀 연속 용산구청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전날에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소속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핼러윈 데이 집행과정 등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핼러윈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실제 어떤 업무를 이행했는지, 참사 당일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불법 증축으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해밀톤호텔 측과 용산구청의 유착 가능성도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 대변인은 “의혹이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산소방서 직원을 불러 소방당국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전날에는 서울종합방재센터 소속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전반적인 119신고 접수 처리 절차를 확인했다.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 공방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 소속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과 관련해 경찰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후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 삭제와 회유 의혹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진술을 들었다. 김 대변인은 “정보보고서 삭제 경위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이후 사고 현장에 설치했던 폴리스 라인(경찰 통제선)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출입이 통제되면서 사고 주변 지역은 각종 쓰레기가 참사 당일 모습 그대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날 사고 발생 골목에 설치했던 폴리스 라인을 걷어내고 주변을 청소할 예정이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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