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정자금 한도 풀리고 처분조건 규제 완화에 ‘급급매’ 줄어들까? “금리 때문에 글쎄”

“전용면적 84㎡짜리 20억원 밑으로 나오는 매물은 지금 있는 몇 건을 제외하곤 더 안 나오지 싶어요. 급하게 팔 물건들은 다 나온 거 같고요. 규제 완화되면서 버틸 여력이 더 생긴 것도 사실이고요.”(서울 송파구 잠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인근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아서 전세입자에게 돈을 내줘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어쩔 수 없이 급매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황이 좀 바뀔 순 있겠죠. 어제 대책이 나오면서 매가를 좀 올리거나 아예 거둬들이는 편이 낫겠냐고 고민하는 집주인들 전화도 많고요. 지금 팔면 너무 싸게 파는 것 같으니까요.”(수원 영통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10일 나온 부동산 대책에 따라 ‘급급매’ 매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시적 이주택자가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기존 주택을 1년 내 팔기로 한 처분기한이 완화된 데다가 대출 규제까지 풀렸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안내문. /연합뉴스

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걸려있던 2억원 한도를 폐지했다.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의 15억 초과 아파트라고 할 지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틀 안에서 가능한 금액만큼 대출이 가능하다. 생활안정자금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 교육비, 전세보증금 반환 등을 이유로 받는 대출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을 융통할 길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급급매’에 주택을 내놓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다. 과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짜리 주택이 15억원 아래로 거래됐는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주는 문제와 결부되어 아주 싸게 매도한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는 전세 계약일자 만료에 따라 급하게 집을 내놓을지, 대출을 일부 받아 이자를 내면서 기다릴 지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에 급급매 매물이 좀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조정지역 해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걸렸던 기존주택 처분 조건이 사라지는 것도 급급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전날 정부는 경기도 고양, 남양주, 김포, 의왕, 안산, 광교지구 등 22곳과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모두 31곳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했다. 또 경기도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규제 모두 해제됐다.

그간 1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만약 처분하지 않으면 5년 이내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의 제재가 따라왔다. 이 때문에 처분시한에 몰려 나오는 급매물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천·광명·분당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바뀌면서 처분조건은 사라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동안 급급매의 출현이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순차로 집값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금리가 워낙 높은 탓에 매수심리 자체가 꺾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금리 변동 폭이 예상 가능한 수준에 들어올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생활안정자금 대출규제는 그동안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심각한 규제이었는데, 이번 규제 완화는 악법의 정상화를 통해 최소한의 거래 순환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급매로 내놨을 때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지, 호재로 인식돼 급매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과잉기대”라고 했다.

또 규제지역 해제로 기존주택 처분 조건이 사라진다고 해도 일시적 2주택자가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3년 내 처분하려는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여 급매물은 꾸준히 나올 것이란 전망도 많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금 규제 등에 따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꾸려지고 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갈아타기 수요라서 언젠가는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고 매수 심리를 자극하려면 가격을 조금 낮게 부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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