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수순 밟는 트위치, 망사용료가 뭐길래 [이슈&톡]

김종은 기자 2022. 11. 1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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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아마존이 운영하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한 데 이어, 이번엔 VOD 콘텐츠 제공 중단까지 결정했다.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 수순을 밝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트위치는 10일 공지를 통해 "진화하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시청자에 대한 VOD 기능(클립, 이전 방송, 하이라이트, 업로드된 콘텐츠 포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지에 따르면 VOD 기능은 오는 12월 13일부터 중단되며, 더 이상 한국에서 새로운 VOD 콘텐츠를 생성할 수도 없다. 지난 9월 최대 화질을 720p로 제한한 데 이어 이번엔 큰 사랑을 받은 VOD 기능까지 제한하며 국내 유저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 사건의 발단은 망 사용료

그렇다면 트위치는 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사건의 발단은 통신사 측이 망 사용료를 요구하면서부터다. 망 사용료란 CP(콘텐츠 제공자)가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으로, CP는 망을 사용하며 발생시킨 트래픽에 따른 요금을 ISP에게 지불하게 된다. ISP를 사용하기 위해 내는 망 접속료와는 별개로,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대부분의 국내 CP들이 매년 수백억 원의 사용료를 ISP에 내고 있다.

반면 현재 해외 CP들은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법적 공방을 가리고 있고,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유튜브 역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트위치의 경우 매년 5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지만 올해 ISP 측이 900여억 원을 요구하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왜 해외 CP들은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으며,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에 반발하고 있냐는 것.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반면, 디즈니+와 애플TV+는 이를 지불하고 있기에 의문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CP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납득할만하다. 해외 CP들은 이미 국내 ISP에 망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망 사용료 역시 본사가 있는 현지 ISP에 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현지와 한국 ISP 양측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건 이중 과금"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디즈니+·애플TV+와 달리 ISP의 부담을 덜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캐시 서버까지 설치한 상태다. 실제로 구글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수 조원을 투자한 바다.

망 사용료 산정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ISP가 구글에 요구한 망 사용료는 연간 약 4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어떤 근거로 이런 금액이 산정됐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망 사용료에 대한 어떤 법안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CP들의 입장에선 ISP가 지불하라는 금액을 그대로 내야 하는데 근거가 없다 보니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 국내 ISP의 호소가 외면받고 있는 이유

이렇듯 해외 CP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ISP에 대한 망 사용료 납부를 합당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ISP의 요구가 일방적이라 볼 순 없다. 현재 국내 ISP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의 해외 CP들이 발생해 내고 있는 엄청난 양의 트래픽을 본인들끼리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인터넷 사용자, CP들에게 인터넷 비용과 망 접속료를 받고 있고 있고 캐시 서버가 부담을 덜고 있다곤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할 뿐이다. 특히 최근 영상의 화질이 4K나 8K까지 올라가며 트래픽 양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트래픽 양 증가는 지금이 시작에 불과하다. 날이 갈수록 더 고화질의 콘텐츠가 쏟아질 거고 가상현실(VR)까지 대중화된다면 트래픽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 그러나 이런 ISP 측의 호소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 망 사용료를 산정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ISP 측이 지금까지 보여준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다. ISP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입장과 달리 올해 한 분기에만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 기준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2036억 원에 달한다. 인터넷을 담당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도 같은 기간에만 무려 800억 원을 벌어들였다.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5G는 품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인터넷 역시 속도 저하로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 사용료를 받으면 투자를 늘려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ISP 측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CP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는 건 역차별이란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 해외 CP들의 콘텐츠들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국내 CP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내 CP들은 해외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트래픽 양이 적기에, 서버가 국내에 있기에 이 비용을 내지 않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 사용료가 법제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외에서도 국내 CP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고, 가장 큰 타격은 현재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웨이브·티빙 등의 OTT 플랫폼이 입게 된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망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의 입법을 검토 중에 있는 상황이다.

국내 ISP와 해외 CP들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건 단연 소비자다. 현재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감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한 건 트위치가 유일하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앞으로 화질 및 서비스 제한 등의 페널티를 주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다. 또 법안 통과 유무에 따른 피해도 클 전망이다. 만약 국내 ISP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해외 CP는 가격 인상 등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고, 반대로 해외 CP의 손을 들어주자니 국내 ISP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인터넷 요금을 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 과연 망 사용료를 중심으로 한 이번 갈등이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트위치, SK, KT, 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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