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의 시론>‘수소 일등 강국’ 아직 요원하다
김상협 경제부장
세계 곳곳서 에너지전쟁 치열
미래의 패권 걸린 문제로 인식
패러다임 대전환 변곡점 국면
韓 수소차 수출 외엔 한방 없고
기초과학·원천기술 지원은 열악
체계적 가치사슬 프로젝트 시급
윤석열 정부의 ‘세계 1등 수소산업 강국’ 비전은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도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한편으로, 로드맵에서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에너지 대전환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정치, 경제, 과학, 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이슈다. 산업혁명 이후 줄곧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석유 부족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한 축에 에너지 문제가 있다. 러시아와 독일의 가스관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는 개통되지 못했다. 2021년 완공됐는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승인 절차가 중단됐다. 러시아 가스프롬이 100% 소유한 주관사는 미국 제재로 파산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장악되는 상황에 제동이 걸렸지만, 미국도 인플레이션 가중 등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수소는 미래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각종 협약에 따라 앞으로 탄소 중립 숙제를 하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는 상황이 된다.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도 미래 에너지 질서가 중요 의제로 설정됐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머니를 종잣돈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1회 ‘수소의 날’로 제정된 지난 2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화상 면담에서 수소 정책과 암모니아 발전 분야의 협력을 통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공장 헬리오스를 네옴시티에 건설한다. 한국은 수소차 강국이다. 올 3분기까지 수소차 판매 세계 1위는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차다. 1만4400대로 점유율 58.7%다. 2위인 일본 토요타와의 격차가 40.5%포인트에 달한다.
문제는 수소차, 연료전지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한국은 기술 개발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수소 1등 국가가 되려면 생산, 저장, 수송, 공급, 발전까지 전 과정과 인프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완성돼야 한다. 산업 구조의 대대적 변환과 맞물려 있다. 친환경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호주·칠레), 원자력을 이용한 퍼플수소(캐나다) 수준까지 가려면 멀다. 플랜트 설계, 기술·특허도 취약하다. 일본은 연료전지와 함께 가스엔진 복합발전 시스템 실증을 완료한 상황이다. 연료전지가 아닌 수소엔진차 개발은 일본 토요타, 중국 광저우자동차가 앞서 있다.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다.
철강 생산에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독일, 스웨덴 회사들은 실증 연구를 마쳤거나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10∼20년 내 기술 개발을 마친 뒤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아놨다. 승용차를 제외한 열차·드론 분야도 아직 연구·개발 단계다. 정부가 자랑하는 수소충전소의 핵심 기자재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현재 수소산업의 국가경쟁력 평가 점수는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 100, 독일 92.1, 한국 81.2 수준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취약한 최대 지점은 기초연구, 원천기술이다.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토머스 뉴커먼,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마이클 패러데이, 클라크 맥스웰의 전자기력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은 20세기 에너지 패러다임에서 혁명을 이끌었다. 오토 한과 리제 마이트너가 우라늄 핵분열에 성공한 뒤 원전은 전 세계 에너지의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한스 베테는 별이 빛나는 이유, 수소 핵융합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보어는 1922년, 한은 1944년, 베테는 1967년 노벨상을 받았다.
핵융합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인 수소를 장악하는 자가 미래의 에너지와 패권을 거머쥐게 된다. 다행히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인공태양(KSTAR)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 방안도 중요하다. 정부는 수소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정교한 시스템 구축에 힘을 더욱 집중해야 할 때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SJ “韓, 美 통해 우크라군에 155㎜ 포탄 10만발 제공”...국방부 “‘美가 최종사용자’ 전제 수
- ‘반납’한 풍산개, ‘2023 문재인 달력’에는 나와…전여옥, “풍산개 달력팔이 시키고 개버린
- 대통령실 기자단 “MBC 전용기 배제 조속 철회”...대통령실 “MBC, 허위 보도 국익훼손”
- 北, ‘울산 앞바다 미사일’ 합참 부인에 “뻔뻔한 생억지”라며 어거지
- 멧돼지·오토바이 충돌…운전자 부상·멧돼지 사망
- 우크라 “헤르손 지역 이틀간 260㎢ 수복”...헤르손서 15km 도시까지 진출
- “세금으로 이태원 참사 지원금 안돼”…국회 국민청원, 행안위로 회부
- [속보] 당정 “임대차 계약 전 임차인에 임대인 납세증명서 요구권 신설”
- 北, 러시아 군복 제작·수출? 美, “러, 북한에 군사적 도움 요청”
- 성관계 거부 다방 여주인에 954차례 문자…60대 스토킹범 징역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