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추모 뒤에 숨은 정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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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아들∼ 사랑한다.' '애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 '사랑해, 고마워.' 8년 전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희생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테러에 무너지던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안에 있던 희생자들 역시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나는 아마 살 수 없을 것 같아. 여보 사랑해.' '사랑해.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무슨 결정을 하든 꼭 행복해야 돼.'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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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아들∼ 사랑한다.’ ‘애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 ‘사랑해, 고마워.’ 8년 전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희생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그보다 앞선 21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테러에 무너지던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안에 있던 희생자들 역시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나는 아마 살 수 없을 것 같아. 여보 사랑해.’ ‘사랑해.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무슨 결정을 하든 꼭 행복해야 돼.’ 등이었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서 이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모두 사랑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누구에 대한 증오나 복수를 당부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남겨진 이들의 행복까지 부탁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사망한 156명의 희생자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 역시 마지막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안타까움에 공감하면서 국가적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추모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서는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퇴진이 추모다’ ‘퇴진이 평화다’ 등의 희생자 추모를 넘어 증오와 복수는 물론, 정권 퇴진을 외치는 사람이 많았다. 원래 이날 추모집회는 참사가 발생하기 훨씬 전인 지난 9월부터 매주 열렸던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의 연장 선상이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정권 퇴진 운동에 추가되면서 ‘퇴진이 추모다’라는 푯말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망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는 15일 예고된 집회에서는 희생자 추모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사고 이후 제2의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잘못을 가리고 책임자를 징계하는 절차 역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희생자와 가족, 그리고 연관된 이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그들이 일상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다. 아울러 구조 활동을 펼쳤던 구급대원과 민간인, 충격적인 참사 영상을 접한 국민 등 사회 전체가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체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또한 필요하다. 미국은 9·11 테러 당시 구조 활동 후 순직한 경찰관 이름을 딴 ‘자드로가 법’을 만들어 테러 구조 공무원, 민간인 등을 보상하고 의료적으로 지원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진보 성향 단체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거론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치고, 보수 성향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어 충돌이 빚어지는 현재와 같은 정치 싸움은 사회적 재난을 해결하기보다는 사회적 피로감을 높여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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