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분위기에 소비 한파 덮쳐… 손님도 상인도 ‘침울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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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가 '어둠의 도시'가 됐어요. 관광 온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냐고 물어봅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나모(32) 씨는 "사고 이후 밤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며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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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이후 주요상권은 지금…
대목 전 들여놓은 물품 처리 난감
문 닫은 매장 많고 점심손님도 뚝
추모 분위기에 회식 등 줄취소
유통업계 · 상권 연말 특수 실종
글·사진=김호준·이근홍 기자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가 ‘어둠의 도시’가 됐어요. 관광 온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냐고 물어봅니다.”
지난 10일 저녁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맥줏집을 운영하는 김재한(48) 씨는 홀로 가게에서 TV를 보다가 이처럼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이달 말부터 열리는 월드컵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대목을 맞아 맥주와 위스키 등 주류 2000만 원어치를 주문해 들여놨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손님이 뚝 끊기면서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가게 한쪽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주류 상자가 사람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김 씨는 “도매상에 일부 제품을 반납하겠다고 했는데, 당분간 갖고 있어 달라고 해 난처하다”며 “사고가 났는데 장사를 하겠다고 단골들에게 연락을 돌릴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 코로나19 재확산 조짐,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는 일상회복과 함께 연말 모임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사고로 인한 추모 분위기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공직,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단체회식 등 모임은 물론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맞은편 퀴논 길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박모(41) 씨는 “용산구청이나 근처 직장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마저 사고 이후 뚝 끊겼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나모(32) 씨는 “사고 이후 밤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며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연말 분위기도 싸늘하게 식었다. 이달 말 결혼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홍대 등에서 모임을 자주 갖는 직장인 이모(40) 씨는 “보통 연말이면 일주일 전 문의를 해야 식당을 잡을 수 있는데, 올해는 당일 예약도 쉽다”며 “대규모 손님을 받는 식당에서는 연말 기업 회식이 대부분 취소됐다면서 예약 없이 그냥 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회식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라며 “사내에서는 인사 대상자의 회식과 관련한 ‘제보’가 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위축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은 이달 초부터 진행할 예정이었던 연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를 모두 연기했다. 빼빼로데이(11일)나 대학수학능력시험(17일) 관련 마케팅도 대부분 축소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추모 분위기까지 형성되면서 유통업체나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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