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아트] 6세기를 이은 화려한 가문의 영광,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피터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안토니 반 다이크 등 빈미술사박물관 소장 서양 미술사 거장의 명화 감상할 수 있어
세계사를 한 번 훑어봤다면 ‘합스부르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합스부르크는 16세기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 지역을 통치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라는 별칭을 얻은 가문이다. 13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배출한 이후 20세기 초반까지 약 600년간 오스트리아 영토를 다스린 황제의 가문, 빛나는 예술계의 후원자이자 수집가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가문. 그들의 예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열정을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조명했다.
96점의 전시품으로 보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600년
이번 전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서로 관계를 맺은 지 130주년을 기념해 피터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틴토레토, 베로네세, 안토니 반 다이크, 얀 스테인 등 빈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서양미술 거장들의 명화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시기까지의 회화와 공예, 태피스트리 등 96점의 전시품이 공개되며,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가 실제로 착용한 갑옷 4점은 역동적인 시대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군주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총애한 딸,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을 그린 작품이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남편인 프란츠 1세는 딸이 작센의 공작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이 약혼식은 프란츠 1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열릴 수 있었다.
그림 속 검은 휘장은 프란츠 1세에 대한 추모의 의미다. 마리아 테레지아 역시 남편을 추모하여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ㄷ자 테이블 왼쪽 끝에서 두 번째에 앉은 작은 소녀는 훗날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되는 마리아 안토니아 대공이다.
■학예연구사 Mini Interview
“유럽 근대 역사의 흐름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Q. 이번 전시는 빈미술박물관과 같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600여 년을 다룬 만큼 전시장에서 소개하고픈 작품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학예연구사님은 어떤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나요?
합스부르크 왕가는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역사적으로 걸출한 사건의 중심에 있는 가문이에요. 특히 종교적 이유로 벌어진 30년 전쟁, 베스트팔렌 조약, 제1차 세계대전 등 중고등학생이 세계사를 공부할 때 알게 되는 굵직한 사건이 모두 합스부르크 왕가와 관련이 깊죠. 하지만 이번 전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예술품 수집 역사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사의 균형을 생각하며 전시를 구성하려 했어요.
Q. 96점의 전시작 중 학예연구사님의 ‘최애’ 작품을 꼽는다면요?
바로 위 그림을 봐주세요.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가 그린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입니다. 빈미술사박물관에 방문해 실제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작품이 담고 있는 풍부한 내용과 표현법에 놀랐어요. 작품의 크기도 큰 데다 18세기 장대한 궁정 행사의 일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약혼 축하 연회와 같은 공식적인 황실의 행사가 있을 때는 대중에게 황실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전통이 있었대요. 화면 중앙 ㄷ자 모양의 테이블에 12명의 황실 가족이 앉아 있죠? 구름같이 몰린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식사를 하는데, 실제로 음식을 먹지는 않았다고 해요.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도 시종이 아니라 선별된 귀족들이고요.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거죠.
Q. 1892년 고종이 오스트리아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오스트리아와 조선은 1892년 수교를 했습니다. 조선은 청나라와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 여러 나라와 수교를 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오스트리아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해서 러시아를 견제하려 했고 자국의 상인이 조선 개항장에서 법적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활동하길 바랐죠. 이렇게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고요.
고종은 수교에 대한 선물로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오스트리아로 보냈고, 이 선물은 1894년 2월 10일,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의 수집품으로 등록됐습니다. 130년이 지난 올해, 이 선물이 다시 한국을 찾았어요. 19세기 말 포형 갑옷(위아래가 원피스처럼 붙은 갑옷)과 투구인데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돼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추천하는 대상을 짚어주세요.
합스부르크 왕가의 인물들이 수집가로서 한 역할과 합스부르크의 역사에 기여한 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전시입니다. 유럽 근대 역사의 흐름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이므로 문화와 예술,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또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라 불릴 만큼 음악적 명성이 대단한 곳이죠. 전시장 내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어요. 전시장 한 공간에서 합스부르크 왕가, 빈과 관련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눈과 귀가 호강하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 전시 정보
기간 2023년 3월 15일(수)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시간 월, 화, 목, 금,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 오후 5시 20분) / 수,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입장 마감 오후 8시 20분)
관람료 성인 1만7500원, 청소년 1만5000원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글 전정아 · 그림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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