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의' 정은지에게로 떠나는 여행 [인터뷰]

윤혜영 기자 2022. 11. 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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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인터뷰 /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위로를 노래해온 가수 정은지가 이번엔 리메이크 앨범으로 위로를 전한다.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던 그가, 자신이 위로 받았던 곡을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부르며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정은지에게 리메이크 앨범은 오랜 기간 꿈꿔온 로망이었다. 습관처럼 "서른 즈음에 리메이크 앨범 낼 거야"라 말해왔고, 정말 서른이 되는 올해, 리메이크 앨범을 내게 됐다.

"리메이크라는 자체가 누군가 저에게 위로를 해준 걸 다른 목소리로 위로해주는 거 아니냐"라고 운을 뗀 정은지는 "저는 이상하게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했다. 스트레스라든지, 힘들게 생각하는 걸로부터 도망가는 수단이었다. 듣기 싫은 말소리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땐 이어폰 끼고 안 들리는 척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로 받았던 노래를 제가 리메이크로 다시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은지의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에는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타이틀곡으로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YB의 '흰수염고래', 조용필의 '꿈',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까지 총 5곡이 실렸다.

선곡에 대해 정은지는 "대중성이 있는 곡을 생각 안 할 순 없었다. 리메이크가 흥한 시기가 있지 않았나. 그 시기 뒤에 내는 거라서 저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대중성도 있었으면 했다. 담고 싶은 게 워낙 많다 보니까 다섯 곡을 뽑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정은지 인터뷰 /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1번 트랙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정은지는 "어렸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 갖지 못했다. 부모님 나가시면 동생이 하원해서 집에 같이 있었다. 동생하고 8살 터울이 나니까 동생에게 맞는 TV를 켜줬다. 하교 후 동생이 5시쯤 하원하기 전까지가 나만의 시간이었다. 그때 들었던 게 이 노래였다. 방구석 여행하듯이 주야장천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커서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까 안 보이던 가사가 보였다. 어렸을 땐 정말 신나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커서 불러보니까 '얘(화자) 되게 슬펐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 거야'란 가사 자체가 이미 사랑에 마음 아파보고 세상에도 치여봐서 앞으로는 좋은 추억 만들어나가겠다는 것 같았다. 이 노래가 왜 지금까지도 좋은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해석이 맞물리며 정은지는 잔잔하게 시작함으로써 자신이 다시 이 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내보이려 했다. 하지만 슬프게는 부르지 않았다고. 정은지는 "잔잔한 서사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힘차게 끝이 난다. 제가 나로서 나에게 떠나는 여행을 슬프지 않고 행복하게 끝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2번 트랙 '흰수염고래'는 정은지가 위로를 많이 받았던 곡이다. 그는 "생각보다 이 노래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원곡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게 선배님의 '흰수염고래'를 2022년의 '흰수염고래'로 편곡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3번 트랙 '꿈'은 상경의 이야기가 담긴 만큼 어린 나이에 부산에서 상경한 정은지가 꼭 가지고 가고 싶은 노래였다고. 정은지는 "서울에서도 벌써 12년차로 있으니까 좀 있으면 부산에서 있었던 시기보다 서울에 있었던 시기가 더 길어진다. 유독 녹음하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도 잘 보냈네' 기특스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4번 트랙에는 엄마를 위한 곡을 넣고 싶었고 '사랑을 위하여'가 낙점됐다. 정은지는 "'하늘바라기'에 '아빠야'란 가사가 들어가서 엄마가 서운해하셨다. '엄마는 왜 없냐' 해서 차에서 '엄마야'로 불러드렸는데도 맛이 안 난다고 하셨다. 오늘까지 있기까지 너무 감사한 존재다 보니 당연히 '한 곡 해야지' 하고 '엄마 내가 어떤 노래 리메이크했으면 좋겠어?' 했는데 엄마가 선택을 못하더라. '사랑을 위하여'는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어렸을 때 피아노학원에서 처음 배웠던 반주곡집에 있었던 노래였다. 집에서 멜로디언으로 항상 연습을 했다. 엄마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아냐' 하시면서 피아노학원 보내길 잘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그 순간이 엄청 뭉근하게 느껴지더라. 들려드렸을 때는 너무 좋아하셨다. 너무 많이 우셔서 미안한 것 같은 곡이 됐다"고 말했다.

정은지 인터뷰 /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지막 트랙 '서른 즈음에'는 이 앨범의 시작점인 곡이다. 정은지는 "팬분들이 '왜 서른에 리메이크여야 했냐?' 궁금해하시던데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켜야 할 약속처럼 있었다. 작년부터 올해 플랜으로 리메이크 앨범이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서른 즈음에 '서른 즈음에'를 부른다니, 기분이 묘할 법했다. 그는 "전 제가 이 나이가 안될 줄 알았다. 여전히 느끼기엔 어리다. '경험치가 부족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부르는데 생각보다 와닿는 가사들이 많더라. '내가 정말 서른 즈음을 보내고 있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팬분들과의 약속으로 내긴 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걸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보람도 굉장히 컸다. 반대로 노래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씁쓸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들이 떠오르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서울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지내왔구나' 생각이 들더라"라고 털어놨다.

30대에 접어든 정은지는 그때그때마다 자신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정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계획한 대로 하지 못했다. 서른도 미지수 같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뭔가 쫓아다니면서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데뷔한지 10년인데 '난 여전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위로를 하고 싶었고, 지금도 같다. 제 위로가 닿은 어떤 순간에 누군가 그걸 표현해줬을 때 여전히 너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즉각즉각 팬분들과 소통하면서 감정이 교류되는 장소가 너무 좋다. 올해 생각보다 공연 쪽으로 많이 못한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올해 마무리로 콘서트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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