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vs 30분 '러닝타임 전쟁'…당신의 선택은?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2. 11. 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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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환경이 달라졌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시청 환경의 변화는 플랫폼의 변화가 주도했다.

안방 TV 앞이나 극장에 앉아 진득하게 콘텐츠를 즐기던 이들의 인내심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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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러닝타임이 166분인 '아바타: 물의 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시청 환경이 달라졌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앞으로도 이런 풍경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시청 환경의 변화는 플랫폼의 변화가 주도했다. TV에서 PC,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갔다. 플랫폼의 변화는 콘텐츠의 변화도 수반했다. "재미있어야 본다"는 측면에서 내용 상의 차이가 크진 않다. 대신 길이가 달라졌다. 안방 TV 앞이나 극장에 앉아 진득하게 콘텐츠를 즐기던 이들의 인내심이 줄었다. 점점 더 미드폼이나 쇼트폼을 원한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줄일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롱폼 vs. 숏폼', 선택의 시대다. 당신이라면 어떤 콘텐츠를 보겠는가?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길어도 재미있으면 본다!

지난 3월 개봉된 영화 '더 배트맨'의 러닝타임은 176분, 약 3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인기가 높은 것을 고려할 때, 90만 명이라는 흥행은 다소 아쉽다. 그 배경에는 "너무 길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더 배트맨' 평점을 보면 "길이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이 평가의 행간을 읽어보면, 176분이라는 러닝타임 때문에 영화 선택 전 고민을 했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9일 개봉된 마블 시리즈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의 러닝타임은 2시간41분이다. 개봉 첫 날 약 18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너무 길다"는 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종 스코어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긴 러닝타임이 관객의 영화 선택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길이만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재단할 순 없다. 앞서 '어벤져스:인피니트 워'와 '어벤져스:엔드 게임'은 각각 149분, 181분이었지만 두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각 1123만 명, 1379만 명을 동원하며 나란히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오는 12월에는 영화의 길이와 흥행의 상관 관계를 따져볼 또 다른 기회가 온다. '아바타'(2009)의 후속편인 '아바타:물의 길'이 연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알려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200분에 육박한다. 3시간이 넘는다는 의미다. '아바타'가 166분이었는데, 그보다 30분 이상 길다. 

'아바타:물의 길'의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다는 것은 이미 관련 기사가 숱하게 쏟아졌다. 요즘 대중이 콘텐츠의 길이에 민감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쇼트폼에 길들여진 MZ세대들이 3시간 가량 한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 자체의 힘이다. 특정 게임 마니아들이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새며 게임에 몰두하듯, "재미만 보장된다면 롱폼 콘텐츠도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몸값', 사진제공=티빙

#짧고 굵게 본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과 유튜브의 숏츠, 틱톡 등은 "짧게 더 짧게"를 외치는 듯하다. 금세 싫증을 느끼는 젊은 소비층의 니즈에 맞춰 콘텐츠의 길이를 점차 줄여가는 추세다. 

유튜브의 숏츠나 틱톡은 그 뿌리부터 '쇼트 콘텐츠'를 좇는다. 처음부터 '짧은 콘텐츠를 보기 원하는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라는 의미다. 그들이 향후 콘텐츠 길이를 늘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웨이브 등의 OTT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길이'에 집착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업체들이 내놓는 콘텐츠를 찬찬히 살펴보면 '짧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에 몰두하던 이준익 감독의 OTT 데뷔작인 티빙 '욘더'의 경우 러닝타임이 회당 30분 정도다. 6부작 임을 고려할 때 총 콘텐츠 길이는 3시간 정도, 러닝타임이 긴 영화 1편 수준이다. 콘텐츠의 앞뒤 크레디트를 제외하면 더 짧다. 

이준익 감독은 "길이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침착한 이야기를 길게 보길 바랐다"면서 "영화에서는 3시간 러닝타임을 소화하기 힘드니, 미드폼을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좀 더 새롭게,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자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티빙의 또 다른 콘텐츠인 '몸값'도 크게 다르지 않다. 6부작으로, 회당 30∼35분 정도다. 디즈니+에서 공개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인 '오비완 케노비' 역시 6부작이며 회당 길이는 45분 내외다. 결국 콘텐츠 길이가 줄어드는 트렌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시청하는 OTT 콘텐츠의 경우 소비자들이 이동 중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틈틈이 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집중력과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콘텐츠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암전이 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극장의 경우 여전히 롱폼 콘텐츠의 영향력이 유효하다"면서 "플랫폼의 다변화에 따라 이런 콘텐츠 길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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