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앤 웡 시놀로지 총괄 “P2V 시스템, 카카오 먹통 막을 수 있다… 韓 데이터센터 설립 예정”
“유사시 데이터 복원 솔루션 개발이 화두”
“기업별 RPO·RTO 계산이 첫번째 과제”
시놀로지, 한국 내 데이터센터 설립 목표
한국 항공대 등 공공기관·기업 사업 확대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 자체가 매우 탄탄하게 구축된 시장이다. 시놀로지는 한국에 대규모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제 모든 조직은 그 규모가 작든 크든 데이터 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쌓이고 있는 전 세계 데이터는 2025년 175ZB(제타바이트·1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특히 제조업과 미디어 산업, 공공분야에서 데이터 관리 수요가 높은데, 시놀로지는 이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조앤 웡 시놀로지 아시아 태평양 세일즈 총괄 책임은 지난 9일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대만의 세계적인 NAS(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에 붙는 대용량 저장 장치) 시스템 전문 기업인 시놀로지는 한국 내 기업 간 거래(B2B) 스토리지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SK C&C 판교 인터넷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대란을 계기로 기업의 데이터 재해 복구 능력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웡 책임은 “기업별로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 종류와 양, 중요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업 상황에 맞는 재해 복구 시스템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라고 말했다.
시놀로지 제품은 주로 보안을 최우선시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도입돼 있다. 웡 책임은 “시놀로지의 보안 사고 대응팀은 고객사에 데이터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만큼 데이터 보안이 중요해지면서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매출이 약 2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놀로지가 보호하고 있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용자 계정 수는 600만개를 넘어섰으며,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절반 이상에 시놀로지 솔루션이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저장 서버와 그에 맞는 솔루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는 개인용 NAS 시장에 집중해오던 시놀로지가 B2B 사업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다. 웡 책임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특히 원격 근무에 용이한 파일 공유와 백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지난해에만 시놀로지 시스템 100만대 이상이 출하됐다”고 했다. 시놀로지가 200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시스템은 1000만대쯤인데, 코로나19 시기 1년 만에 그중 10% 규모가 팔린 것이다.
웡 책임은 “시놀로지는 데이터 관리 솔루션 선두 업체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하드웨어 저장 장치와 함께 이런 백업 솔루션을 각 기업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구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전체 직원 중 60%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일 정도로 소프트웨어 측면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웡 책임은 시놀로지 솔루션의 경쟁력으로 ‘올인원(All-in-One)’을 꼽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해 시스템 간 연동성이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웡 책임은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컴퓨터 과학 학위를 받고 시놀로지에 2016년 합류해 한국과 호주 등 아세안 국가별에서 국제 운영을 관리하는 글로벌 팀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웡 책임과 일문일답.
― 시놀로지의 미션이 ‘전 세계의 데이터를 관리 및 보호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이 미션은 현재 많은 국가와 기업이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 및 보호해야 하는 공통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 과제를 잘 해결하려면 ‘파일 공유 능력’과 ‘확장성’, ‘데이터 보안’이 중요하다. 시놀로지도 이 기준에 맞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파일 공유는 거의 모든 기업이 강화하고 나선 부분이다. 회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동안 데이터를 쉽게 동기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 수요가 여전히 매우 높다. 동시에 데이터 저장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중요해졌다. 특히 데이터 보안 능력은 시놀로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엔드포인트나 클라우드뿐 아니라 데이터를 다양한 장소에 백업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개인용 NAS 시장에 집중하던 시놀로지가 기업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에 진출한 계기는 뭔가.
“7년 전쯤 데이터 저장 장치에 대한 기업 수요가 많이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우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용 NAS 시장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 제품이 기업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B2B로 사업을 늘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시놀로지 솔루션은 입문자용 서버부터 기업이 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쉽게 관리하는 다중 시스템 클러스터까지 다양해졌다. B2B 사업에서는 특히 안정성과 보안, 사용 용이성 등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시놀로지는 이 세 부분에 집중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은 B2B 사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B2B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시놀로지의 B2B 매출 비중을 보면 2020년 전체 매출의 약 30% 규모에서 현재 45%까지 늘었다.”

ㅡ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용 NAS로 유명한 시놀로지 제품 및 솔루션을 기업 차원에서도 믿고 쓸 만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기업은 데이터 보안 안정성, 보안, 편의성을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한다. 이 눈높이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는 특정 운영 체제를 공식 출시하기 전 테스트를 10만 시간 이상 거쳐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기업의 선택을 받으려면 보안이 중요한데, 앞서 말했듯 보안은 우리가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영역이다. 보안 활동에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팀을 따로 구축해 고객사들이 언제든지 안전하게 데이터를 체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또 화이트해커와도 협업해 시놀로지 제품을 가장 안전하게 쓸 방안을 찾고 있다. 편의성은 얼핏 별거 아닌 요소처럼 들릴 수 있으나, 제품이 쓰기에 불편하면 고객사 직원들이 데이터를 다루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이나 솔루션을 최대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편의성은 시놀로지가 개인용 NAS 시장을 공략할 때부터 보유한 강점이기 때문에 B2B 분야에서도 이를 계승하고자 노력 중이다.”
― 시놀로지가 진출한 국가마다 디지털 도입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접근 전략이 다를 것 같다. 한국 시장은 어떻게 공략하고 있나.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시놀로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만에 본사가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국가마다 정보기술(IT) 발전 단계가 달라 시장 전략도 이 단계에 맞춰 각기 다르게 진행한다. 예를 들어 인프라 구축이 잘 된 한국 시장에서는 대학교 등 공공분야와 제조업, 미디어 산업 분야의 데이터 처리 관련 수요가 높다. 반면 베트남 같은 경우는 폐쇄회로(CC)TV 보안 수요가 훨씬 높아 이와 관련한 제품 공급에 집중하는 식이다.
한국 시장에는 2012년 개인용 NAS 장치로 진입했는데, 특이점은 온라인 플랫폼이 그 어느 국가보다 많다는 거다. 다양한 플랫폼을 십분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 개인 고객들은 주로 로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우리 제품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쿠팡, 11번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 플랫폼에서 다양한 장치를 판매해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먼저 집중했다.”
― 지난달 한국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메인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한국인 대부분이 쓰는 메신저 등이 이틀 넘게 마비되는 일이 있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선 데이터 관리와 유사시 데이터 복구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업이 탄력성(문제 발생 시 바로 복원하는 능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다고 보는가.
“기업이 데이터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갖출 때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데이터 손실량이 얼마나 되는지’와 ‘서비스 다운타임(작동하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복구 지점 목표(RPO)’와 ‘복구 시간 목표(RTO)’다. RPO가 작을수록 저장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더 자주 백업을 해야 한다.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복구 시간인 RTO 역시 작을수록 데이터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다. 가령 가동 중지 시간을 30분쯤 허용할 수 있다고 하면, 이 시간 안에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재해 복구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다. 이 두 측면의 숫자를 정확히 산출해 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각 기업 상황에 맞는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화재나 홍수, 허리케인 등으로 서버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사시 데이터를 빠르게 복원할 수 있는 ‘물리 서버의 가상서버 전환(P2V·Physical to Virtual)’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도입하려는 기업 수요도 많다.” P2V는 하드웨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상서버를 즉각 구현해 데이터를 백업해놓는 서비스로, 실제 서버를 백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 한국 기업 중 시놀로지 스토리지 제품이 많이 공급된 곳은 어디인가. 특히 한국 기업에서 많이 찾는 시놀로지 제품 및 솔루션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한국항공대학교와 한화자산운용 등이 있다. 항공대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에 사용하는 수업관리시스템 LMS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기존 스토리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항공대는 클러스터 하나에 서버 2개가 결합돼 로컬 하드웨어가 고장 나더라도 데이터와 응용 프로그램에 계속 접속할 수 있는 스토리지를 도입했다. 이 장치 도입 후 항공대 전산실 팀장은 ‘최고의 가성비 서비스’라고 극찬했다. 실제 학생들이 동시에 몰리는 피크시간에도 데이터의 지연율이 현저히 낮아졌고 데이터를 완벽하게 이중화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 한국 제조업체, 미디어 산업 관련 기업들도 시놀로지의 데이터 스토리지 솔루션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사실 한국 기업의 IT 환경은 이미 탄탄하게 조성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솔루션 일부를 제공하면서 IT 인프라를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종류별로 보면 한국 기업은 파일 서버 장치와 백업 솔루션을 가장 많이 찾는다.”
― 코로나19 특수 이후 많은 IT 기업들이 수요 절벽에 직면해있는데 시놀로지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개인용 장치 시장 부문은 확실히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B2B 부문은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왔더라도 한 번 시작된 디지털 전환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한층 더 강화된 데이터 보호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 수요가 많다. 앞으로 시놀로지는 한국에도 클라우드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시놀로지 클라우드센터는 대만과 독일, 미국에 있는데 이 세 곳에는 총 200PB(페타바이트·1PB는 1000조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다. 한국은 시놀로지가 집중하고 있는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이므로, 관련 인력도 충원해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파이를 키워 2025년 매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배터리 가루로 만들어 다시 원료로… 핵심광물 재자원화 속도 내는 배터리 업계
- 삼성전자, 애물단지 ‘HBM3E 12단’ 심폐소생… “브로드컴 1순위 공급사 유력”
- 홈플 파산 가능성 ‘솔솔’... 채권단 버티기 일관
- [Why] ‘흑사병 이후 700년 만에 처음’... 유럽 덮친 인구소멸 공포
- 내란특검 “尹,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 준비… 권력 독점 목적”
- 서울 전셋집 찾기 ‘하늘의 별따기’... 매물 22% 줄고, 가격 45주째 상승
- 李대통령 지지율 54.3%…통일교 논란에 소폭 하락[리얼미터]
- 루마니아·노르웨이 뛰어든 韓방산… 유럽 지상무기 시장 ‘집중공략’
- “월세 내고 빚 갚으면 남는 게 없다”… 2030 여윳돈 3년 만에 마이너스
- [비즈톡톡] 반도체 게임체인저 ‘유리기판’ 상용화 눈앞… 삼성·SK·LG 준비 현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