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 美통해 우크라군에 포탄"…한국 "미국이 최종사용자"(종합)
韓국방부 "우크라에 살상무기 미지원 방침 변함없어"…남북 '포탄 대리전' 가능성도
(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김지헌 김동호 기자 = 한국 정부가 한미간 비밀 무기 합의를 통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게 갈 포탄을 처음으로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을 달아 아직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밀 합의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의 관리들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WSJ에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포병부대가 최소 수 주간 집중적인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포탄을 보내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한국의 중요한 대북 억지 동맹인 미국을 도우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문자 그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해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합의는 대북 억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돕는 의미도 있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만나 이러한 포탄 제공을 진행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오스틴 장관과 안보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포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간접 제공이 이뤄지면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지난 8월 현재 미국의 155㎜ 포탄 재고는 미 국방부가 우려할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한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미국과 포탄 수출을 협의하고는 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기자들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미국 내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이는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약서에 최종 사용자를 명시하더라도 수출국이 실제 사용처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점,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물량이 우크라이나와 관계없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55㎜ 곡사포 142문과 함께 155㎜ 포탄 92만4천발을 지원했거나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북이 각각 간접 지원에 나선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의 포탄 수출입 협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SCM은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했다는 백악관 발표와 거의 같은 시점에 진행됐다.
이와 별도로 주한미군도 이달 초 포탄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의 한 대변인은 WSJ에 "주한미군은 일부 장비 지원을 요청받았다"면서 "이는 우리의 작전과 동맹인 한국 방어에 전념하겠다는 철통같은 약속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의 이번 포탄 제공 역시 북한의 도발 수위 고조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사 준비태세를 약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앞서 폴란드가 지난달 한국과 58억달러 상당의 탱크, 곡사포, 로켓 발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무기 지원을 용이하게 한 조치로 분석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환을 보낼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이날 보도에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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