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 “풍산개 주신다면 잘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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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인간 사회를 살아갈 때 위로가 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들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사건은 인간 정치무대에 의도치 않게 개가 등장한 비대칭 유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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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무정한 인간 사회를 살아갈 때 위로가 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들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사건은 인간 정치무대에 의도치 않게 개가 등장한 비대칭 유머였다. 이질적인 소재를 한 레벨에 올려놓는 순간 터지는 웃음이 비대칭 유머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법제처,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실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개의 주거 문제에 대해 논전하고, 관련 입법조치와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가 하면, 언론들이 앞다퉈 대서특필하는 사태는 흥미로운 해외토픽감이었다. 다만 개들은 자기들의 평안했던 주거 공간이 인간 정치인들의 신구 권력투쟁으로 중단된 것에 화가 났을지 모른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 등의 권익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가원수 간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관행에 있다. 정치인들이 동물을 홍보에 이용하고 퇴임할 때 국가기록물, 지방자치단체 소유라는 변명을 하며 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례를 지겹게 보아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풍산개를 어떤 이유로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한국일보)고 논평했다.
문 전 대통령의 돌연한 파양에 풍산개 "황당"
현재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들은 갈 곳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가장 장황한 글을 게시하며 개들을 양산에서 떠나보냈고, 관리책임 부서인 대통령기록관은 맡아 키워줄 위탁기관을 찾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묘하게도 자기가 먼저 풍산개를 파양해 파문을 일으켜 놓고 "이제 그만들 합시다"(페이스북)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딴 데를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개가 내 집에서 떠났기에 관심사가 아니다'는 취지로 그만두자고 한 얘기일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갈 곳을 잃은 풍산개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원리일 뿐 아니라 요즘은 인간과 반려견 사이에도 적용되어야 할 공통규범 아닌가.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파양한 이유 중엔 월 250만원 정도 되는 사료·치료비(50만원)와 인건비(200만원) 부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개를 선물로 받거나 유기견 등을 입양하면서 상대방한테 양육비를 대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키우는 사람이 자기 수입을 쪼개 비용을 댄다. 문 전 대통령에겐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비서·경호 인력과 사무실 및 운영 예산은 물론 개인 생활비로도 억대 이상이 지급되고 있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은 반려견의 양육 비용을 자기 돈으로 쓰는 게 상식이었다. 무엇보다 개 키우는 전문인력을 따로 고용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전·현직 '개 양육 사건', 유머러스한 해피엔딩 되길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전직이든 현직이든 대통령이 기르던 반려견을 동물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위탁관리시킬 때엔 해당 기관이 자체 예산을 쓰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도 엄연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기관이고 자체 예산이 있는 만큼 관행을 따르는 게 맞을 듯하다.
그건 그렇고 문 전 대통령의 개는 윤석열 대통령이 키우면 좋겠다. 우선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개를 사랑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3월2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풍산개를) 문재인 대통령이 사저로 데려가시지 않겠느냐.…(다만) 저에게 주신다면 잘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로 적대세력이 된 전·현직 대통령이 풍산개 양육 사건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면 반전 유머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풍산개 양육 비용은 위탁을 맡은 기관의 예산을 사용하는 관행과 인수(人獸)공통 상식에 따라 현직일 때는 대통령실 예산으로, 전직이 되면 '전직 대통령' 기관 예산으로 쓰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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