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살인마인데 감옥만 들어가면 모범수…가석방이 불러온 공포 ('그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2022년 5월 7일 새벽, 강원도 삼척의 한 아파트 단지로 도주 중이던 용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동해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몰려들었다. 인상착의를 감추려는 듯 작업 현장에서나 착용하는 안전모를 쓰고 다닌 것으로 확인된 용의자. 형사들은 아파트 현관은 물론 인근 상가까지 단지 주변 곳곳에서 잠복하며 그를 기다렸다. 몇 시간 뒤, 드디어 남자가 1층 아파트 출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순식간에 형사들에게 체포당했다. 그는 하루 전, 강원도 동해에서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48세 이양석(가명)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건이 그의 세 번째 살인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3번이나 살인을 저질렀던 것일까?
"섬뜩하던데... 매트리스 부분에는 피가 흥건히 젖었더라고. 사람이 누워있는 데서 벽지에 튈 정도면 피가 갑자기 막 쏟아졌단 얘기지."
- 현장 목격자 인터뷰 中 -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서 공사 현장의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는 이양석. 그는 2001년에는 아내를, 2012년에는 연인관계였던 베트남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했다 그로 인해 두 번의 복역을 마친 후 지난 2020년 출소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6일 새벽, 60대 여성 김미란(가명) 씨를 상대로 또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두 사람은 불과 사건 발생 11일 전 동거를 시작한 관계였다고 한다. 연고도 없는 동해에서 식당일을 하며 홀로 생활해왔다는 피해자 김 씨. 사건 당일 오후에 숨진 채 발견된 그녀의 사인은 다발성 예기손상 및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경찰이 시신에서 확인한 자창 및 절창의 흔적만 55개였다. 심지어 날이 부러진 흉기도 발견되었다. 김 씨를 상대로 얼마나 집요하고 잔인한 공격이 일어났는지 짐작게 했다. 불과 11일의 인연, 짧은 동거가 이렇게 잔인한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강원도에서는 이런 강력 사건이 크게 발생하는 일이 굉장히 드문 편이에요. 두 명을 살해하고 나서, 출소한 지 2년 만에 다시 또 이제 재범을 했기 때문에..."
- 사건 취재 기자 인터뷰 中 -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 함께 술을 마셨다는 두 사람. 이 씨는 술 때문에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김 씨가 술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남자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것에 화가나, 집에 돌아온 후 칼을 휘두르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두 번이나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의 세 번째 살인 이유였다.
그런데 현장의 증거는 우발적이라는 이 씨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보였다. 피해자의 등에 붙은 채로 발견된 부러진 과도, 그리고 부러진 이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서랍장 위의 식칼. 20여 차례의 공격으로 이미 피해자가 저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칼날까지 부러졌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도구까지 바꿔가며 피해자를 계속 공격한 이 씨. 피해자의 몸에 남은 55개의 상흔이 말하는 그날의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솔직한 얘기로 내가 눈물이 나더라고. 인간적으로 내가 그 친구를 본 감정에 의해서 내가 눈물을 흘렸어요."
- 살인자 이씨(가명)의 지인 인터뷰 中 -
2001년부터 약 10년을 주기로, 세 번이나 살인을 저지른 이 씨. 두 번째와 세 번째 살인은 출소한 지 2년 안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세 번이나 살인을 한 살인마이지만, 이 씨는 교도소 수감 당시에는 소문난 모범수였다고 한다. 2001년에 아내를 살해해 8년 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었을 때도, 2012년 베트남에서 전 여자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4년 형을 선고받아 베트남 교도소에서 지낼 때도 문제없는 수감생활을 했다는 이 씨. 그래서 한국에서는 4개월 일찍, 베트남에서는 8년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었다.
제작진이 만난 이 씨의 주변 이웃들도 예상과 다르게 이 씨에게 호의적인 이야길 들려주었다. 이 씨를 살인 전과자로 좋지 않게 보기보다는, 배우자와의 사이에 좋지 않은 일들이 몇 차례 있었던 불운한 남자로, 평소에 근면하고 성실했던 사람으로 기억하며, 이번 사건도 사연이 있을 거라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 번이나 살인을 저지른 상습 살인범, 그리고 주변의 인정을 받을 만큼 착하고 성실한 남자. 그의 진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아내가 맨날 비상이었어.. 맨날 이놈은 취해가지고... 이놈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본드를 했더라고... 부탄가스 이런 거 하다가 우리가 신고를 해서 잡혀가기도 했었어."
- 이 씨 가족 인터뷰 中 -
그런데 제작진이 어렵게 만난 이 씨 가족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베트남에서 가석방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도 이 씨의 귀국이 두려웠다는 가족들. 이 씨가 저지른 첫 번째 살인도 이 씨를 피해 도망간 아내를 집요하게 쫓아가 살해한 사건이라며 이 씨가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가 어렸을 때부터 유해가스 흡입 중독에 걸려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벌인 살인사건의 현장에서도 유해가스와 관련된 물건들이 발견되었던 상황. 전혀 다른 그의 두 모습은 유해가스 흡입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까지 찾아간 제작진. 이 씨를 똑똑히 기억한다는 살인사건의 생존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연쇄 살인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상습 살인을 저지르고, 이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에게 과도한 공격을 퍼붓는 ‘오버킬’ 성향까지 보인 이양석. 그는 올해 발생한 세 번째 살인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실시한 ‘정신병질자 척도평가’, 일명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강호순과 조두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씨에게 이렇게 사이코패스 범죄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다면, 어떻게 그는 아무런 조치 없이 무방비로 계속해 가석방이 되었던 걸까? 그리고 이번 재판에서도 기억은 못 하지만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그의 변명은 또다시 세 번째 가석방이란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 걸까?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씨가 저지른 2001년과 2012년, 2022년의 살인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전문가들과 함께 세 번이나 살인을 반복한 이 씨를 심층 프로파일링 해본다. 사이코패스 범죄 성향을 감추고 범죄를 저지른 이 씨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추적하는 한편, 이 씨와 같은 고위험군 출소자 관리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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