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보고도 못 본 척' 안 될 '올빼미'...연말 극장가, 류준열이 잡는다

공영주 2022. 11. 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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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치 약물에 중독 되어 죽은 것 같다.' 실록에 딱 한 줄 기록돼 있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다.

'조선왕가의 의문사'로 불리던 이 한 줄에 안태진 감독은 주목했고 영화 '올빼미'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결국 누군가는 볼 수 있었다는 게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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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치 약물에 중독 되어 죽은 것 같다.' 실록에 딱 한 줄 기록돼 있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는 8년 만에 돌아왔지만 곧 숨을 거둔다. '조선왕가의 의문사'로 불리던 이 한 줄에 안태진 감독은 주목했고 영화 '올빼미'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광기 어린 왕 인조 역은 유해진 씨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침술사 경수 역은 류준열 씨가 맡았다.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출신으로 잘 알려진 안태진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다.

누군가 은밀하게 지시한 세자의 죽음. 그런데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주맹증'을 앓는 경수가 이를 목격한다. "저는 미천해서 보고도 못 본 척 하며 살아야 한다"는 대사는 그만의 생존방식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데 아들의 죽음 이후 광기를 드러내는 인조와 그 주변 인물들이 경수를 일으켜 세운다. 결국 누군가는 볼 수 있었다는 게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다.

경수는 물론 상상의 인물이다. 앞서 류준열 씨는 주맹증을 앓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눈빛이 굉장히 기억 남았다. 꿈을 꾸고 있는 듯했고 그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준열 씨는 이번 영화에서 눈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제한적일 수 있는 주맹증 역할임에도, 그는 개성은 물론 오감을 자극하는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인조 역의 유해진 씨는 긴 말이 필요없다. 그간 예능에서 인간미를 보이며 옆집 아저씨 같던 유해진 씨가 이렇게 무서운 미치광이 왕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제작보고회 때 "연기 인생 첫 왕"이라며 웃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역시 유해진은 유해진이다'란 감탄사만 남겼다.

영화는 경수가 밤에만 볼 수 있다는 설정 때문에 내내 어둡다. 하지만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어둠이 몰입을 극대화 한다. 세세한 시대 고증 역시 놓쳐서는 안된다.

초반에는 '경수 성공기'를 다루는 듯싶더니, 이내 크고 작은 반전이 터져 나오며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된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흘러넘치는 박진감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팩트와 픽션을 합친 '팩션(faction)'이지만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웰메이드작이다. 관객들이 '올빼미'를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 없게 될 이유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자칫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조가 소현세자 가족을 대단히 미워했다는 맥락은 헤치지 않으려고 했다. 나머지 디테일은 상상에 의해 채워나갔다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3일 개봉.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NEW]

YTN star 공영주 (gj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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