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LG맨의 한화 이적 "50살 넘어 고향팀으로…새 도전, 희망 보인다"

이상학 2022. 11.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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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정민 배터리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제가 30년이나 있었는지 잘 모르실 거예요.”

김정민(52) 한화 신임 배터리코치는 한마디로 ‘LG맨’이었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3년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한 게 시작이었다. 1994년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2006년 1차 은퇴 후 현역에 복귀했고, 2010년 시즌을 마친 뒤 배터리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도 LG에서 시작했다. 

올해까지 11년간 1~2군 배터리코치, 잔류군 총괄코치로 LG에 쭉 몸담았다. 선수와 코치로 30년의 세월을 꽉 채운 뒤 처음으로 이적을 결심했다. 경험 많은 지도자를 찾던 한화가 김 코치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대전 출신인 김 코치에게 한화는 고향팀. 고심 끝에 한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포수 기술 지도부터 전반적인 볼 배합까지, 투수들과도 함께 호흡하는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김 코치는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LG에 30년이나 있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나름대로 조용히 보이지 않게 애를 썼다. 늘 관심 갖고 보셨던 팬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두산처럼 LG를 포수 왕국으로 만드는 목표를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팀이 어느 정도 안정됐고, 나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였다. 50살이 넘었지만 지도자로서 한 단계 발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LG 선수 시절 김정민 코치. 2006.09.24 /OSEN DB

김 코치는 30년간 LG의 황금기와 암흑기 그리고 재건 과정을 빠짐없이 다 지켜봤다. 이런 경험이 3년 연속 최하위로 깊은 암흑기에 빠진 한화를 살리는 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코치는 “LG에 입단해 황금기부터 암흑기, 재도약 과정까지 모두 경험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화에서도 내 범위 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 시절부터 김 코치는 “다른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도와줘야 한다”며 ‘포수 정신’을 강조해왔다. “야구장에서 유일하게 라인 밖에 위치하는 포지션이 포수다. 투수, 야수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로서 항상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도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되고, 훌륭한 성품으로 귀감이 돼야 한다. 선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는 것이 포수 포지션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것이 김 코치의 포수론이다. 

신인 때부터 가르친 유강남을 비롯해 김 코치와 함께한 LG 포수들에게선 메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김 코치는 “야구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다양하고 많다. 볼카운트 12가지, 아웃카운트 3가지, 주자 상황 8가지를 종합하면 모두 288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상황에 맞춰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선 스마트해야 하는데 사람의 머리로 입력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연습할 때부터 상대 정보에 대해 준비하고 의논하다 보니 메모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 시절 김정민 코치. /OSEN DB

한화에는 주전 최재훈 외에도 박상언, 허관회, 허인서 등 젊은 포수들이 경기 경험을 쌓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이성원의 이름도 빼놓지 않은 김 코치는 “선수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유대 관계부터 쌓아야 한다. 각자 갖고 있는 장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찾겠다”며 “LG는 김현수가 클럽하우스 리더가 되면서 팀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한화도 그런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이끌어가면 탄탄한 팀이 될 것이다. 최재훈도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나이대라고 본다. 야구는 드러나는 수치 외에도 그런 분위기, 선수들 사이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이심전심,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화 선수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고향 대전에 와서 그런지 어색함은 없다. 김 코치는 “어릴 때 이글스를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고향팀에 와서 행복하다. 새 팀이지만 이질감이나 낯설음이 전혀 없다”면서 “한화가 최근 3년간 최하위로 고생했지만 좋은 유망주들을 많이 뽑아 앞으로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 희망적이다. 외국인 감독님과는 처음으로 같이 하는데 새로운 야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포수 파트에서 수베로 감독님 야구관과 색깔에 맞춰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는 “팀이 계속 어렵다 보니 (잘되길 바라는) 한화팬들의 염원이 크실 것이다. 야구팬들께 야구는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한화팬들께 야구가 삶의 원동력, 일상의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팀의 일원으로서 승리 문화에 일조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한화 김정민 배터리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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