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단단해지고 있는 서른…리메이크 앨범 약속 지켜 감사"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사랑보다 좋은 추억 만들 거야'라는 가사가 있어요. 좋은 추억을 계속 만나게 되는 서른이었던 것 같아요."
정은지는 최근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로그(log)'는 '기록하다'라는 뜻으로, 정은지가 여행과도 같은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으로 재해석하고 다시금 '기록'한 앨범이다. 올해 서른을 맞이한 정은지의 서른 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이날 정은지는 "이렇게 딱 서른에 맞춰서 앨범이 나오게 될지 생각을 못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시국에 앨범을 내는 것도 있고, 작품이랑 병행하다 보니 미뤄진 것도 있다. 내가 뭘 해야 하나 고민했던 시기가 지나 앨범이 나와 선곡하는데 고민이 많이 됐다. 그래서 좀 감회가 남다르다"며 발매 소감을 전했다.
1993년 8월 18일 생.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 정은지는 선배들의 음악으로 자신을 '기록'했다. 작사와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가능한 정은지이기에 뜻밖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정은지는 "당연한 선택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며 판다(PANDA, 팬덤명)의 이야기를 꺼냈다.
"20대 중반 어느 날부터 팬들이 리메이크 앨범 내달라는 이야기를 해줬거든요. '나는 나중에 서른 되면 리메이크 앨범 낼 거야'라고 가볍게 던진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마음속에 기정사실화 됐어요.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서 다른 스케줄과 드라마를 병행하면서 꾸역꾸역 한 것 같아요. 올해는 넘기기가 싫더라고요."
팬들과의 오랜 약속을 지켰지만 정은지는 생색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돌 활동을 하고 솔로 활동을 하고 연기 활동도 하면서 서른에 리메이크를 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또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던 팬들.
정은지는 "까먹을 줄 알았다. 솔직히. 약속해놓고도 그런 약속했는지 모르지 않느냐 그랬는데 커피차 서포트 때 오신 분들이 '은지야, 리메이크 앨범 언제 낼 거야?'라고 하셨다. 많이 까먹지 않을까 했는데 먼저 물어보셔서 좀 감동받았다"며 "회사 직원분들도 '너 정말 서른에 앨범 낼 거야?'라고 하시더라. 준비는 솔직히 올해 초, 작년부터 하고 있었다"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그 때문인지 정은지는 이번 앨범의 곡 선별 과정부터 앨범 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정은지는 타이틀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위로를 전하는 YB의 '흰 수염고래', 고향에서 상경했던 어린 시절 감정을 담은 조용필의 '꿈', 어머니를 위해 부르는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서른을 맞은 정은지가 표현하는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수록됐다.
그러나 정은지는 곡 선정 만족도를 묻자 "70%"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정말 많은 명곡들이 내 눈앞에 있었는데 가수 정은지로서 부를 수 있는 곡일까 고민했다. 여태까지 내가 하고자 하는 노래와 방향이 맞아야 하고 내가 불렀을 때 내 이야기 같아야 했다"며 "평소 편하게 불렀을 때와는 달리 내 앨범으로 낸다고 생각하고 선곡을 하니 딱 마음에 떨어지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명곡인데도 고민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경쾌한 분위기를 한층 더한 펑크 락 스타일의 편곡과 정은지의 시원한 가창력이 더해져 원곡과는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을 선사한다. 정은지는 "베이스가 워낙 각인돼 있지 않느냐. '그걸 깰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훨씬 더 망설였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 아티스트 분들이 '이건 이제 리메이크할 법도 하다. 너무 좋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좀 용기를 얻었다. 이번에는 회사 사람이나 친구들에게 다 물어봤다"며 "기타 솔로가 나왔을 때 쾌감은 무조건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트로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내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 후렴만 들어도 아는 노래니까 차라리 후렴을 들려드리려고 했다. 굉장히 생각이 많았던 곡"이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수록곡 하나, 하나의 선정 기준도 전했다. '흰 수염고래'는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고 싶은 정은지가 위로를 받았던 곡이다. 어떻게 노래를 하고 시고 어떤 의미를 담아서 하고 싶은지 그 방향의 지침 같은 곡이라고. '꿈' 또한 고향인 부상에서 상경해 서울살이가 낯설고 어려운 이십 대 초반의 정은지가 보인다. 이렇듯 수록곡 모두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위로받았던 정은지의 서사가 담겼다.
'사랑을 위하여'에 대해서 정은지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앨범에 엄마를 위한 곡을 꼭 한 곡 넣고 싶었다. 왜냐하면 '하늘바라기'라는 곡이 '아빠야'라고 시작하는데 엄마가 '왜 아빠만 찾니'라며 정말 서운해하셨다. 오롯이 엄마를 위한 노래를 꼭 하나 넣고 싶었다. 내 서른까지의 여정에 엄마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처음으로 반주곡을 배웠어요. 집에 피아노가 없으니까 멜로디언으로 불었는데 엄마가 '야, 네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아노' 하셨어요. 그래서 '학원에서 배웠는데'하고 불어드렸던 추억이 있는 노래예요. 듣자마자 그날의 분위기가 떠올라서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마지막 트랙은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정말 오래전부터 정은지가 팬들에게 서른에 내기로 약속했던 곡이다. 하지만 막상 다가오니 서른에 내기보다는 서른이 넘어서 서른 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었다고. 그러나 겁을 많이 먹고 들어간 녹음에서 정은지는 마음에 와닿는 가사를 느꼈다. 그렇게 서른 살 정은지의 '기록'이 완성됐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만큼 정은지의 색깔로 풀어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은지는 "'혹시 검색하다 들으시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했다. 창피하기가 싫었다. 최대한 원곡자 선배님이 들으셨을 때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연습했다"며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누가 불렀다고 하셔서 들으셨을 때 '으음'하는 반응만 나와도 좋을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2011년 에이핑크로 데뷔해 벌써 12년 차. 정은지는 "위로되는 노래를 계속하고 싶다. 음악을 시작했던 이유 중 하나고 꿈을 꿨던 이유 중 하나다.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다"고 자신의 지향점을 밝혔다.
이어 "그냥 새기는 거라…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어떤 걸 했을 때 창피하고 싶지 않다. 마음에서 항상 떳떳할 것들을 하고 싶고 공석이나 사석이나 내 마음이 떳떳한 무엇들을 잘해나가고 싶다. 일적인 것도 그렇고 대인관계도 그렇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며 덧붙였다.
서른이 끝나가는 이 시점. 정은지의 서른은 어땠는지 묻자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일 때문에 치여서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정말 많이 계셨다. 여러모로 단단해지고 있는 서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약속을 지키고 오늘이 왔다는 것도 감격스러워요. '마흔 즈음에'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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