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데시벨', 이 재난은 제복 비주얼로 막아냈다

▲ 데시벨. 제공ㅣ마인드마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등장인물 이름부터 꽁꽁 숨긴 '데시벨'은 소음 폭탄 테러라는 메인 소재 외에 숨겨둔 매력이 다양한 작품이다. 특히 우리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트리는 심오한 물음을 전하며 단순 테러 액션 이상의 애틋한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쌉쌀한 여운을 더한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이다.

영화 시작 전부터 엿보이듯 이 작품의 주 무대는 해군 잠수정과 지상의 폭탄 테러 현장으로 나뉜다. 바다 속 머나먼 잠수정 안의 상황과 해군 부함장이 지상에서 고군분투하는 폭탄 테러 현장은 공조도 어렵고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1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는 상황이다. 스토리가 흘러가면서 두 공간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누가, 무슨 이유로, 왜 테러를 저질렀는지' 사건의 비밀이 풀려가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다.

숨겨둔 비밀이 차례로 드러나야 하는 이야기 구조 때문에 작품 소개 단계에서는 김래원, 이종석, 차은우 등 등장인물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누군가의 남편 찾기는 아니고, 이름에서 엿보이는 인물의 관계성이 핵심 스토리를 품고 있어서다.

본격적인 스토리 시작과 함께 전직 해군 부함장 도영(김래원)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소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터진다는 폭탄 테러를 예고한다. 도영은 테러범(이종석)의 목적도 알지 못한채 고군분투하고 테러범은 도영에게 화풀이하듯 폭탄이 설치된 이곳저곳을 누비며 심장을 졸이게 만든다.

색다른 소재인 소음 폭탄은 단순히 '터진다'는 긴장감 이상의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축구장, 놀이터, 워터파크, 카페 등 제어할 수 없는 군중의 '소음'이 폭탄과 객석의 신경을 자극해 보는 이들이 스스로 입을 틀어막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폭발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래원과 한 발 앞서서 두뇌 플레이를 펼치는 테러범 이종석의 팽팽한 에너지도 몰입도 높게 그려진다. 훤칠한 키의 두 배우가 보여주는 흰색 해군 제복 슈트핏은 이 영화의 덤이 아니라 핵심이다.

특히 잠수정 안의 차은우는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비주얼 대잔치로 관객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청초하고 처연한 비주얼로 이종석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인물들의 관계성과 스토리 개연성을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짧은 분량이지만 인상적인 감정선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만큼 관객들의 마음에 아련하게 남을 '데시벨'의 비장의 무기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화면 장악력 가득한 배우들의 열연, 관객 모두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숨은 이야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꼼꼼하게 배치한 것은 눈에 띄는 장점이다. 다만 아무래도 '왜?'에 해당하는 테러의 동기가 온전하게 와닿지 않는다. 사람마다 감정의 차이가 있겠지만, 부함장을 극단적 테러로 응징할 만큼의 원수로 삼자니 타깃 선정이 어긋났다는 인상이다.

또한 특별출연 이민기까지 적재적소에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기자 역으로 사건에 뛰어들며 김래원과 억지 콤비 플레이에 나선 정상훈 캐릭터는 어떤 상황에도 자연스럽지가 않다. 부함장의 해설자로서도, 폭탄 처리 콤비로서도, 개그 캐릭터로서도 과잉이다.

테러범의 행동은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흘러가지만, 다행히 영화는 관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선택으로 안도감을 준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테러 동기를 모호하게 그렸을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객석의 믿음은 배반하지 않는 마무리로 여운을 남긴다.

오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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