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14일 첫 대면회담…북핵 대응도 논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미·중 간 갈등 현안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주요 정치 일정을 마무리한 뒤 대좌하는 미·중 정상이 극한으로 치닫는 양국 갈등 완화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두 정상은 양국 간 대화 채널을 유지·심화하고,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며, 국제사회에 영향을 주는 초국가적 도전을 비롯해 이익이 합치하는 부분에서 협력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다양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와 시 주석과의 소통선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며 “그는 미·중 지도자들 사이에 그보다 더 중요한 채널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같은 방에서 마주 앉아 언제나 그랬듯이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고, 시 주석으로부터도 이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호혜적 협력을 추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하며 중·미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바른 궤도로 다시 돌아가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진정으로 상호존중의 정신에 입각해 중국과 서로 마주한 채 나아가며 세계의 안정과 발전을 수호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시 주석이 지난달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직후 열리게 됐다. 두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만나는 만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단절됐던 양국 당국 간 대화 복원이 이뤄질 지 관심을 모은다.
회담에서는 미·중관계, 세계 경제,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및 코로나19 등 다양한 이슈가 두루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무력 통일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만나면 “각자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이 무엇인지 펼쳐 놓아 그가(시 주석이) 중국의 핵심 국익이라고 믿는 것과 내가 미국의 핵심 국익이라고 아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것들이 서로 상충하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회담에서 북한 문제도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 핵 사용 위협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과거 6자회담을 언급하며 “중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한 역사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정신에 따라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다음날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대북 메시지 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비판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동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와 함께 추가 대북 제재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중 정상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의 활동, 인권 침해 문제, 중국의 해로운 경제 관행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의 우려 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 등 별도의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화가 단절된 양국이 여러 이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국자는 “상대방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목표로 두 정상 간 깊고 실질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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