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 후퇴’ 보수 폭주에 제동 건 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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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으며 "미국에 좋은 날이었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결과가 기대를 빗나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임신중지권 문제의 파장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이다.
<시엔엔> (CNN) 등 방송사들의 합동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표심에 영향을 준 핵심 주제로 인플레이션(32%)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지만, 임신중지권(27%)도 만만찮았다. 시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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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으며 “미국에 좋은 날이었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대선 재출마 의사가 있지만 확답은 내년 초에 내놓겠다고도 했다. 엊그제만 해도 민주당의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난타당할 것을 예감하는 듯한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하루 만에 대승을 거둔 듯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공화당이 중간선거로 하원은 가까스로 다수당이 되고, 상원 탈환 여부는 불투명한 성적을 받아들자 ‘왜’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개표 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 △인플레이션 △치안·이민 정책 불만으로 공화당의 대승을 뜻하는 ‘레드 웨이브’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대통령의 첫 임기 중간선거 땐 심판론이 팽배해 집권당이 의석을 크게 잃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까지 더해지며, 공화당이 상·하원을 한꺼번에 탈환할 것이란 예측이 쏟아졌다.
결과가 기대를 빗나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임신중지권 문제의 파장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이다. <시엔엔>(CNN) 등 방송사들의 합동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표심에 영향을 준 핵심 주제로 인플레이션(32%)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지만, 임신중지권(27%)도 만만찮았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깬 것에 약 60%가 불만이라거나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표심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 상원 수성 전망을 밝힌 결정적 승부처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출구조사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에서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문제는 인플레이션(29%)이 아닌 임신중지권(36%)이었다. 미시간주에서는 임신중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 40년 만에 민주당이 주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여러 주에서 임신중지권을 놓고 표결이 이뤄진 것도 관심을 키웠다. 캘리포니아·미시간·버몬트주는 임신중지권을 주 헌법으로 보장하도록 결정했다. 켄터키주는 임신중지 불법화를 주 헌법으로도 명문화하려다 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3명이 사생활의 자유 수준을 수십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면서 대법원과 공화당 안팎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9월 임신중지 금지 법안까지 발의하며 여론을 더 자극했다. 켄터키주 개헌 반대 운동을 이끈 레이철 스위트는 “우리는 임신중지에 모두 찬성하지는 않더라도 정부는 개인의 삶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결국 공화당 안팎의 강경 세력이 평범한 미국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수준 낮은 공화당 후보들의 자질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선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11월 대선 패배를 부정하는 이들이 대거 입후보해 200명 안팎이 연방의회와 지방정부 등에서 공직을 맡게 됐다. 1·6 의사당 난동 사태를 합리화하고 혐오를 퍼트려온 이들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후보자들 자질” 탓에 다수당이 못 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플레이션, 범죄, 불법 이민이 공화당을 도운 것만큼이나 임신중지 문제나 트럼프가 지배하는 공화당의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가 좌파 유권자들을 강하게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중간선거의 단골 주제인 정권 심판론 못지않게 보수의 폭주에 대한 견제론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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