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려 했는데”..박세영의 변화, 이유있는 공백[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3년만의 브라운관 복귀다. 지난 2019년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서 강력2팀 형사 주미란 역으로 분했던 박세영이 데뷔이래 처음으로 긴 공백기를 갖고 tvN ‘멘탈코치 제갈길’(이하 ‘제갈길’)을 통해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박세영은 10일 진행된 ‘제갈길’ 종영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를 시작할때부터 기대가 컸다. 하는 와중에는 기대한것만큼 즐거웠고 항상 신이 나있었다. 물론 힘든 신도 있고 지칠때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좋았던 기억이 컸다. 지난주 종방연을 했는데, 오히려 아쉬웠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방송이 남아있어서 그렇게까지 아쉽지 않았다. 방송 나올걸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작품을 끝내면 같이 했던 배우, 스태프들과 다른데서 볼수도 있지만 못 볼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 이제 진짜 못보네?’라는 감정이 느껴졌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제갈길’은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됐다. 사전제작은 처음이라는 박세영은 “아예 느낌이 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거의 생방과 같은 작품을 많이했다. 아무리 사전제작이라도 4부정도만 하고 드라마가 시작된 적이 많았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처음엔 이상하더라. 방송을 본 적이 없는데 촬영이 끝나버린거다. ‘재밌네?’ 싶기도 하고, 할일을 다했다는 후련함도 있었다. 다 찍었으니 ‘어떻게 나올까’, ‘이번 화는 어떨까’ 같이 시청자로서의 기대감이 더 컸다. 더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멘탈코치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제갈길’은 위로가 되는 대사들이 다수 등장했다. 박세영은 “대본이 미리 나와 있다보니 대본을 볼때도 위로를 얻었는데, 실제로 연기할때 차원이 다르더라. 대본을 볼때는 책보듯이 위로를 받았다면 연기할 때는 나한테 진짜 얘기해주는 것 같지 않나. 그래서 울컥했던 순간도 많았다. 한번은 제갈길(정우 분)이랑 차가을(이유미 분)이 상담 끝나고 얘기하는 모습을 제가 지켜보는 신이 있었는데, 주책맞게 혼자 울컥한거다. ‘가을아 너 진짜 잘한다’고 그랬다. 그런 경험이 많이 있어서 촬영장 올때도 마음이 편안하게 오게 되고 집에 갈때도 기분 좋게 위로를 얻고 가는 기분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멘탈코치’라는 낯선 직업군 때문에 고충이 뒤따르기도 했다. 박세영은 “멘탈 코치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알았다. 작가님, 감독님이 사전에 멘탈코치분들을 만나보셔서 저도 만남을 요청했다. 그런데 한창 경기중일 때라 코치님들이 바쁘셔서 못뵀다. 그래서 코치님을 만나뵀던 작가님한테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했다. 그래도 한계가 있지 않나. 제가 여기서 정신과 의사로 나오고 멘탈 코치지만, 마지막에는 심리상담가로 마무리 하지 않나. 세 직군이 나오다 보니 주변에 의사나 심리상담사분들을 찾아가서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이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저라는 사람 자체가 공감을 잘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상담사는 자기 감정이 이입 되면 안된다. 그걸 많이 생각했다. 연기 하면서도 이 사람이 감정 올라오면 저도모르게 눈빛이 따라가게 되더라. 최대한 한발 떨어져서 보려고 했다. 얘가 안쓰러워서 이끌어 주는 것보다 스스로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니 신경을 많이 썼다. 어렵더라. 이미지적으로도 오은영 선생님처럼 방송에 출연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보고. 내담자들이 못느끼는 스킬들이라거나 어떻게 캐치하고 끌어내주고 어루만져주는지 그런부분을 연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세영은 자신의 ‘멘탈 코치’가 누구냐는 질문에 “제가 잠깐 일을 쉬다가 작품을 했는데, 그전까지는 멘탈코치가 없었다. 물론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구들, 남자친구, 언니들 다 있지만 진짜 멘탈을 코치해주고 어루만져주는거랑은 다르지 않나. 그렇게 마음 놓고 속편히 내 얘기를 할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나 생각했더니, 제가 얘기를 안했다.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실수하거나 아픈걸 드러내고싶지 않았다. 그게 쌓이다 보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멘탈을 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상담도 배워보고 저만의 시간을 길게 보냈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를 멘탈을 코치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괜찮더라. 다른 누가 해주는 말보다 내가 나한테 해주는게 너무 위로가 되고 진짜 나를 알아주는것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현재의 저는 제가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공백을 가지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그는 “내가 해야할 목표라거나 앞으로 되고싶은 모습을 향해 달려왔는데, 진짜 내가 느끼는 평상시 감정을 귀기울여보니 스스로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저는 쉬지 못하는 성격인데 그걸 아예 인지를 못했다. 쉬지 못한다는 생각을 안했고 ‘모두가 이렇게 사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쉬면서 저를 알아가면서 ‘이런면이 다르구나, 이런부분이 나의 면이구나’라는걸 많이 알게됐다”고 털어놨다.
박세영은 어린시절부터 ‘착한 아이’였다. 한번도 부모님을 속이거나 일탈한 적이 없었다고. 그는 “막내였고 언니들이 말을 잘들어서 저도 아예 그런 생각을 안했다. 나중에 깨닫고 자유로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잘하고 열심히 하는건 중요하지만 꼭 잘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못해도 괜찮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집어넣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번도 쉬고지 않고 일했다. 작품도 공백없이 계속 일했다. 그래서 그냥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쉬지않고 할수있는게 최선 다해야할 이유가 되기도 했고. 힘들면 ‘다 힘들지’, ‘힘을 내자’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자요’라고 답했다. 물론 지금도 잠으로 해소하긴 하는데 술담배 즐기지 않으니까 해소할 곳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친구들도 많이 안 만나고, 만나더라도 힘든 얘기가 아닌 재밌는 얘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한번도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던 박세영이 마음을 바꾼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스스로를 돌아볼 생각도 안했다. 과하게 말하면 다른사람들한테 내 감정을 말해도 해결해주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얘기도 안하게 되고 그런 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괜찮지 않았던 거다. 그렇게 덮어뒀던게 제가 30대가 됐을때 ‘못참아!’ 하면서 튀어나왔던 것 같다. 계속 누적되니까 저도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됐다. 물론 그전에도 나를 마주하고 나답게 살고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그걸 쭉 담아오다가 어느순간 ‘살아야겠다’하고 튀어나온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박세영은 공백기의 끝에 결혼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올초 배우 곽정욱과 결혼을 발표한 그는 “나를 탐구한 결과가 결혼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을것 같다. ‘내가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을거다’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결혼이든 일이든 저는 이게 더 중요했다. 내 안의 문제가 해결이 돼야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더 나아가 일을 할수 있으니까. 그래서 결혼을 안 하려고 했다. 나를 알아가는게 더 중요했으니까”라며 “마음이 나아지고, 결핍이 해소되고, 다시 일을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이제 다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 그 결과물인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데뷔 첫 공백을 가진 후 ‘제갈길’을 통해 복귀를 하게 된 이유는 어떤것일까. 박세영은 “여러가지 타이밍이 다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2년 쉬고 2년 뒤에 이걸 해야지’라고 계획하지 않았다. 항상 계획하는 편인데 이번엔 생각하지 않았다. 제 마음이지 않나. 제 마음을 돌아보는거니 얼마나 걸릴지 몰랐고, 이런게 해소되고 나 자신과 친밀해진 후에 이제 일을 할수있는 힘이 생겼다고 제가 느낄때 일을 하고 싶다고 회사에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때에 맞게 ‘제갈길’ 대본을 보게됐고 보자마자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했다. ‘조장풍’ 작가님이라서 한다는 생각은 안 했고 대본이 좋았다. 작가님이라는걸 모른 상태로 대본을 봤고, ‘조장풍’ 작가님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에 더 하고 싶었다. ‘조장풍’도 그렇고 작품 자체가 좋았고 캐릭터도 많이 와닿아서 하고싶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하고 싶었던게 많았다는 그는 “지금도 다 하고싶지만, 이제는 관점이 달라졌다.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이런 부분들을 많이 해봤으니 새로운 부분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전에 장르물을 많이해서 최근에는 편안하고 조금더 일상적이고 사람의 냄새가 나는 향기가 더 많이 나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갈길’을 했다고 느껴진다. 이후에는 어떤 작품이라도 기대가 된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기에 강박을 덜어낸 후 처음으로 만난 작품인 만큼 연기적인 변화는 없었을까. 박세영은 “이번이 마음가짐을 바꾼 후 첫작품이었다. 걱정 됐지만 기대를 많이 했다. 저에 대해 알게되니 ‘어떤 새로운 모습 나올까?’, ‘전에는 긴장을 많이했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할수있을까? 재밌게 할수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괜찮더라. 재밌다는걸 많이 느꼈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내 마음이 달라지니 나오는것도 달라질수 있다는걸 많이 느껴서 앞으로의 연기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뭘 안 해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세영은 ‘제갈길’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마지막회 마지막신에서 길이 승하에게 ‘괜찮냐’라고 묻는다. 그때 제가 한 대답이 저는 되게 좋았다. 승하가 ‘이전에는 완벽해보일지 몰라도 이제는 부서지고 망가진게 있지만 오히려 나다워진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는 말을 한다. 그게 제가 쉬면서, 변화하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라서 제가 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저한테는 그런걸 깨닫게 해줬던 작품인것 같고 이제 나다워진 모습을 좀더 편하게 보여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수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나중에 생각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했다. 박세영은 “아무래도 일을 오래라면 오래 쉬었으니까 이제는 내가 신나게 일을 할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예전에는 ‘어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이런 작품을 해야지’, ‘다음번에는 이런모습을 보여줘서 성장해야지’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쉬면서 좋은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수있을지, 어떤일이든 재밌게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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