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 군복 제작·수출? 美, “러, 북한에 군사적 도움 요청”
RFA “北, 러 겨울용 군복·방한화 제작…평양에만 3개 공장 가동”
미국 정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 군인들을 위한 겨울용 군복을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했음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군인용 군복 및 방한화 수출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북한의 군복 수출 가능성에 대해 특정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해 왔다”고 답했다.
국무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러 군복 제작·수출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그들은 상당한 양의 무기 제공에 대해 논의했고, 북한은 수백만 개의 무기(탄약)를 제3국행 물품으로 은닉해서 러시아에 제공하려고 한다”며 “이는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러시아에 겨울용 군복과 방한화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로부터 재료를 받아 공장에서 제작해 다시 판매하는 임가공 형식으로 제작된 군복이 지난 2일부터 운행을 재개한 북·러 화물열차를 통해 러시아에 수송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요즘 평양 모란봉구역에 있는 수출피복공장(은하피복공장) 등에서 러시아 군복을 임가공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복을 만들기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면서 군복이 부족한 러시아는 대규모 주문을 해 왔으며 현재 평양에서만 3곳의 공장이 가동 중이고 전국적으로 더 많은 공장에서 군복이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는 내각 경공업성 산하 피복총국이 관리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도 있지만 중앙당 산하 은하지도국, 대성지도국, 봉화지도국, 알론지도국 등이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모란봉구역, 중구역 등 11개의 중심구역에만 중앙당 산하 수출피복공장이 최소 500여 곳에 달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평양에 있는 수출피복공장들은 중국과 동유럽 등에서 주문 받은 임가공 의류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였다. 외화수입은 당 자금으로 활용됐으나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단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북·러 친선에 관한 선전이 강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는 러시아 군인들의 군복 임가공이 들어와 평양의 일부 수출피복공장의 외화벌이가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가 공급하는 임가공 군복 원자재는 러시아 주재 (북한)무역대표부가 러시아항구를 통해 (북한)나선항으로 보내지고 있지만 2일 북·러 간 두만강-하산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러시아 군복 원자재와 임가공이 완료된 군복은 하산-두만강 화물열차편으로 운송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RFA에 따르면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옷과 구두를 구매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이는 모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9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에 따르면, 북한으로부터의 어떤 섬유 수출도 금지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달 초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포탄을 제3국행으로 은닉해서 제공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선 “북한은 국민의 이익보다 무기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북한 정권에 후과를 가져왔으며,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인도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경로를 변경하고 국민을 먼저 고려하고 고립만을 자초하는 도발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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