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아도 과천 무순위 청약 가능…미분양 해소는?
금리부담·집값 하락에 매수 회복 미지수
정부가 무순위 청약 시 거주지 요건을 폐지키로 하면서 경기 과천 등 남은 알짜 무순위 청약 물량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1월 관련 규정이 개정된 뒤 모집 공고가 나오면 전국에서 청약할 수 있어서다.
작년에 비해 2~3배 증가한 수도권 미분양(무순위 청약) 물량 소진에도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부담이 크고 구축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과천 안 살아도 '줍줍' 가능
정부는 어제(10일)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까지 무순위 청약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 중인 무순위 청약 자격을 '무주택자'로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예비당첨자 명단 파기 시점을 최초계약일로부터 '60일' 이후에서 '180일' 이후로 연장한다. 예비당첨자 수도 가구 수의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 명단 파기 후 미계약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반복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무주택자는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전국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4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에 공급하는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등의 단지들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애초 7개 단지에서 부정 청약 등으로 계약 취소된 물량이 나올 전망이었는데, 지금까지 과천 위버필드(4가구), 과천 자이(12가구),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4가구),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8가구) 등 4개 단지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들 단지의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은 최고 3617대 1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과천 제이드자이,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 과천 르센토 데시앙 등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전망이다. 예정 물량은 약 100가구인데 당첨자들의 소송 결과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들도 예정 가구 수보다 대폭 감소(92가구→28가구)했다. ▷관련 기사: 과천 전셋값보다 싼 '로또 줍줍' 시작…남은 190가구는?(5월3일)
반대로 서울 외 지역에 거주했던 무주택자도 서울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광주지역의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 거주지 요건 폐지되면 이제 청약은 무조건 서울 아니냐"며 "서울 당첨되면 실거주 후 전세 내주고 광주에는 월세나 전세로 살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분양 물량 소진될까
기존에 미계약 등으로 무순위 청약을 반복하던 단지들도 물량 소진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청약 수요가 급감하면서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대폭 증가한 상황이다.
10일 기준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무순위 청약 공고는 총 49건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14건에 그쳤는데 1년 새 2.5배 증가했다. 경기(32건→129건)와 인천(12건→43건)도 각각 3배, 2.6배 증가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 스카이아파트의 경우 올해만 무순위 청약을 10번 진행했다. 남은 단 4가구를 팔기 위한 무순위 청약만 4번째다. ▷관련 기사: '줍줍이라 부르지 마세요' 무순위청약에 건설사들 "제발 좀~"(8월4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무순위 청약의 경우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고 무주택자면 참여할 수 있어 일부 분양수요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등을 우려해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도 공급에 나설 수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급을 예정한 단지가 실제 분양에 나선 건 절반에 그친다. 애초 전국에서 74개 단지·5만9911가구가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진 곳은 49개 단지·3만1134가구였다.
다만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로 매수심리가 급감했다.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신규 주택 대신 재고 주택의 급매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청약 수요가 늘어나고, 그동안 미뤘던 분양물량이 연말을 앞두고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매수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