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올빼미', 우아하게 발칙한 오감 자극 스릴러

강효진 기자 2022. 11. 1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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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 포스터, 제공| NEW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신선한 매력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웰메이드 스릴러의 탄생이다. 미장센, 연기, 몰입감, 캐릭터, 허를 찌르는 스토리, 엔딩까지 육각형 밸런스를 보여주는 '올빼미'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김성철)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소현세자 독살설을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다. 실록에 있는 소현세자의 사망 당시를 서술한 문장에서 출발해 '주맹증'이라는 실제 질환을 결합, 역사에 과감한 상상력을 더한 '팩션'으로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는 '주맹증'이라는 독특한 병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낮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밤에는 '조금' 잘 보인다. 이것이 극에 반전을 더한 핵심 설정이다. 시야가 확보되니 밤에는 움직임도 확 달라진다. 뛸 수도 있고, 글도 쓸 수 있고, 약재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니 낮에는 하지 못했던 각종 일처리들을 해낸다. 야행성 조류인 '올빼미'라는 제목도 그를 상징하는 듯 하다.

사람들은 경수를 완전한 맹인으로 알고 있지만, 밤이 되면 남들 몰래 시야가 트이는 탓에 평온했던 궁 생활에 균열이 생긴다. 주변인들이 맹인이라고 안심했기에 그는 후궁의 벗은 몸이라든지, 세자가 독살당하는 장면이라든지, 원손의 비밀 처럼 알아선 안될 것들을 보게 된다.

연출은 이 균열을 파고들었다. 경수가 밤에는 해결사처럼 날아다니다가도 차츰 해가 뜨면서 앞을 보지 못하고 다시 지팡이를 잡아야 하는 모습 등 대비감을 주는 극적인 장면들로 주맹증이라는 반전 장치를 눈에 띄게 활용했다. 덕분에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소현세자 스토리 전반에 색다른 긴장감이 더해졌다.

소현세자의 사인이 역사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올빼미'는 범인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 같은 것으로 이를 답답하게 회피하지 않았다. 나름의 스토리와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 영화만의 범인을 확실하게 지목했다. 이 과정을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함께 드러나는 반전극으로 풀어내는 전개 방식이 매력적이다. 발칙한 엔딩으로는 화룡점정을 완성했다.

특히 경수가 세자가 독살 당한 것을 눈치채는 장면, 강빈이 목격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인조(유해진)의 마지막 장면처럼 극 중에서 반전이 드러나는 핵심 장면들이 모두 객석의 소름을 돋게하는 명장면이다. 숨막힐 듯한 긴장감 속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과 치밀한 연출이 적절하게 만났다. 사실을 알아채고 눈빛이 변하는 순간, 인물의 감정이 격양돼 한순간에 돌변하는 포인트가 고스란히 담겨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안긴다.

▲ 올빼미. 제공ㅣNEW
▲ 영화 \'올빼미\' 유해진(왼쪽), 류준열. 제공ㅣ배급사 NEW

섬세한 미장센은 영화 전반의 '급이 다른 맵시'를 느끼게 한다. 등장 인물들의 복장과 핵심 소품들이 모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고퀄리티다.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나 감정이 구구절절하지 않은데다, 이같은 미장센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서늘하고 어두운 새벽 즈음의 차분한 톤이 지배하는 것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또한 기존과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의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변신 역시 시선을 끄는 포인트다. 광증에 휩싸인 왕 인조 역할을 연기한 유해진은 강렬한 에너지로 스크린을 장악한데 이어 얼굴 떨림까지 표현해내며 색다른 이미지 확장에 성공했다. 류준열은 사건의 중심에서 소용돌이 치는 감정의 변화를 경수라는 정적인 인물 안에서 표현해내는 어려운 미션을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류준열에게는 드물었던 질감의 내향성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날카롭고 도발적인 소용 조씨로 변신한 안은진과 '올빼미'의 밤에 드러난 어의 최무성의 두 번째 얼굴도 낯선 인상을 드러내며 섬짓한 긴장감에 일조했다.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누가 세자를 죽였을까'를 따라가는 궁금증,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명장면들, 시각 뿐 아니라 소리 진동 냄새 빛까지 느껴질 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하고 우아하게 구현된 미장센, 허를 찌르는 반전 전개와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의 쾌감이 있는 작품이다. 관객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빛과 소리의 미장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반드시 사운드가 훌륭한 극장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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