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단 한 푼도 안 남긴 남편…"외국서 한 유언, 무효 아닌가요?"
#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 갑이 사망했다. 갑의 상속인으로는 미국인 아내 을과 한국인 딸 병이 있다. 딸은 사별한 갑의 전처와 갑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갑은 사망하기 전 워싱턴주에 있는 공증사무소에서 워싱턴주법에 따라 유언공증을 했다. 유언은 "미국과 한국에 있는 전 재산을 딸에게 유증하고, 배우자인 아내 을에게는 어떤 경우라도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유언장이 공개되자 갑의 아내 을은 격분했다. 을은 10년이나 함께 한 남편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을은 한국인인 갑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미국법에 따라 유언을 한 것은 무효이니 자신도 갑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을의 주장처럼 한국인 갑이 외국에서 외국법에 따라 한 유언은 무조건 무효인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인인 갑이 외국에서 외국법에 의해 한 유언도 유효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제사법은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또 유언의 준거법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한국인의 상속과 유언은 한국 민법에 의해 규율되는 것이다.
외국법에 따른 상속도 있을 수 있다. 같은 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거주하고 있던 나라의 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도록 지정하거나 △부동산에 관한 상속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의 소재지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도록 지정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과 유언에 대해 적용될 준거법을 한국법이 아니라 외국법(자신의 일상 거소지법 또는 부동산 소재지법)을 지정한다면, 외국법에 따라 상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갑이 자신의 상속에 관하여 '워싱턴 주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다'고 유언하면 한국인이지만 한국법이 아닌 워싱턴 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워싱턴주에 있는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에는 적어도 워싱턴주에 있는 부동산의 상속은 워싱턴 주법에 따라 상속하게 한다고 유언할 수도 있다.
한편 상속과 유언의 내용에 대해 적용될 준거법과 별개로 유언이 유효하려면, 유언의 방식이 적법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인은 반드시 한국 민법에 정한 방식으로만 유언할 수 있을까? 한국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로 5가지를 정하고 있다. 한국 민법상 유언의 방식은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으며, 그 방식을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유언은 즉시 무효가 된다. 그런데 상속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한 유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법에 따른 유언도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제사법에 따라 유언의 방식은 △유언자가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국적을 가지는 국가의 법 △유언자의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일상거소지법 △유언 당시 행위지법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방식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의 소재지법 중 어느 하나를 택하여 유언할 수 있다. 한국인은 한국의 민법에 따라서 유언하는 것도 가능하고, 외국을 일상거소지로 삼아 거주하고 있다면 거주 기간 동안 일상거소지인 외국법에 따라 유언할 수도 있다. 해당 외국에 거주하고 있지 않더라고 유언하는 장소가 외국이라면 그 외국법에 따라 유언하는 것도 유효하다. 또한 외국 부동산을 어떻게 물려줄지 유언할 때는 그 부동산이 소재한 외국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도 있다.
사례에서 갑은 한국인이지만 미국 워싱턴주에서 사망할 때까지 거주했고, 유언 당시에도 미국 워싱턴주에 있었다. 따라서 미국 워싱턴주는 갑의 일상거소지이자 유언 당시의 행위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한국인 갑이 미국 워싱턴주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유언을 할 수 있다.
한국인 갑은 유언의 방식에 대해서는 미국 워싱턴주법에 따랐으나, 유언장에 특별히 상속에 적용될 준거법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국 워싱턴주법상 적법하고 유효한 방식에 따라 유언했다면 이러한 유언 역시 유효하고, 갑은 유언장의 내용인 상속에 적용될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았으므로 갑의 상속은 한국 민법이 적용되어 딸인 병은 위 유언에 따라 아버지인 갑의 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 민법에는 유류분제도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배우자인 을은 병에게 갑으로부터 유증 받은 재산에 대해 자신의 유류분(1/4)은 반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양소라 변호사는 2008년부터 법무법인 화우에 근무하고 있다. 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기업송무, 상속 및 가사 관련 분쟁, 성년후견, 유언대용신탁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상속의 기술'을 출간했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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