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룡발자국 화석이 단연 1등…세계유산 등재되도록 노력"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 가치 높아…한국은 늘 새로운 발견하는 곳"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여러 곳을 다니며 공룡 발자국 화석을 연구했지만 한국은 단연 1등이에요.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권위자인 마틴 로클리(72)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명예교수는 향후 계획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태도는 진지했다.
로클리 교수는 중생대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다.
그는 1987년 경남 고성군 덕명리 해안의 발자국 화석 산지를 처음 찾은 이후 한반도의 백악기 공룡 생태계를 규명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세계 학계에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알리는 데도 그의 역할이 컸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만난 로클리 교수는 "한국은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며 환히 웃었다.
로클리 교수는 인터뷰하는 내내 한국은 '놀랍고도 인상적인 곳'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1982년 한국에서 공룡 발자국이 처음 보고된 지 40년이 되는 해"라며 "지금까지 발자국 화석 연구에서 이보다 더 놀라운 발전을 이룬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한 연구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로 199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성 덕명리 공룡발자국과 새발자국 화석산지'의 새 발자국 화석, 발자국 길이가 1㎝ 정도에 불과했던 '미니사우리푸스' 발자국 화석 등을 꼽았다.
특히 백악기에 이족보행 즉, 뒷발로만 걷던 악어가 있었다는 점은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한국 연구진과 여러 차례 공동 작업을 해온 로클리 교수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자연유산과 비교해 아직은 주목을 덜 받은 공룡 발자국 화석을 알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는 경남 고성, 전남 여수, 화순, 보성, 해남 등 5곳을 포함한다. 중생대 백악기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평가된다.
로클리 교수는 "유네스코에서는 학술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를 위해 스페인, 볼리비아 등 나라별 지표를 비교했는데 한국은 단연 1등이다. 보존 상태가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유산 등재는 언제쯤 될 것 같냐는 말에 "유네스코 전문가가 아니라 어렵다"면서도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존에 올렸던 화석산지 외에 지역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로클리 교수는 멸종된 공룡이나 동물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로서의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고생물학자는 고고학자, 역사학자처럼 과거를 연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아주 오래된 과거를 다룬다"며 "지구 역사상 최초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가능한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발자국 화석을 연구하는 것과 관련해선 "(공룡) 뼈 연구는 '왜 죽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죽음에 대해 연구하지만, 발자국 연구는 공룡의 행동, 즉 살았을 때의 행동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발자국 화석 연구 40년 역사를 다룬 특별 대중 강연을 통해 학생들과도 만났다.
전날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열린 강연에는 평일 오후 시간에도 약 1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의 80% 이상은 과학고 학생들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오랜 기간 한국의 공룡 화석 연구를 봐온 그가 조언할 부분은 없을까.
로클리 교수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거의 완벽하다"(almost perfect)고 답했다.
그는 "화석산지의 접근성, 보존 상태, 정부 차원의 관리 등 하나하나가 인상 깊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라며 "연구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한국에 계속 올 것 같다"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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