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수위 끌어올린 北…한·미·일 정상회담서 어떤 공조 논의하나

이현미 2022. 11.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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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세안서… 북핵 대응 등 논의
한·미정상회담도 별도 개최 합의

윤석열 대통령이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 중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3자 회동은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당시 첫 만남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한·미 정상회담도 별도로 갖는다.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아직도 충격과 슬픔에 힘들어하는 국민을 두고 외교 순방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지만, 워낙 우리 국민들의 경제생산 활동과 이익이 걸려 있는 중요한 행사라 힘들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11일부터 4박6일간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미·일(정상회담)이 확정됐고, 몇 가지 양자회담도 확정됐거나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원칙을 발표하고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에 대한 연대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는 공동 대응이 가장 시급한 북핵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한·미·일 지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하는 13일 캄보디아에서 만날 것”이라며 “이들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지난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北 무차별 도발에 긴장 최고조… “한반도 정세 엄중” 판단

한·미·일 3국 정상이 5개월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은 북한의 무차별 도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공동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측면의 한·미 동맹 강화와 함께 전기차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완화 등 경제 의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확정됐다고 공개했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6월 나토 정상회의와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때도 만났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북핵 관련 논의다. 북한은 올 들어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연이어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해 대규모 화력 도발을 시도한 데 이어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전날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7차 핵실험 감행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우리의 대북 핵억지 전략에 대한 전면적 전환을 요구할 만큼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곳곳을 타깃으로 하고, 공격이 가능한 소형화된 전술핵 기술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기간 핵실험이 감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 현지 대응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 정상까지도 (현지 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대응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와 이지스 구축함 베리함(사진 위)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10만t급의 레이건호는 2003년 취역해 슈퍼호넷(F/A-18)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E-2D)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 같은 극단적 대책 대신 한·미 정상 간 나토식 핵공유,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IRA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IRA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9월 방한해 ‘IRA 법률 집행 과정’에서 잘 챙겨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만큼 IRA 관련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 역시 북핵 등 한반도 안보 긴장에 따른 3개국 대북 공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한·미·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각 공조를 강화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북한의 도발 수위가 강화하며 좀 더 발전된 대북 공조 수단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현지 언론이 개최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이번 윤 대통령 순방 기간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

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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