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서점의 날을 큰 책장터로 만들자

한겨레 2022. 11.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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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2016년에 제정한 민간 기념일인 '서점의 날'이다.

대전시에서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시민들에게 에코백과 메모패드 등 기념품을 증정하고 작가 초청 북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서점 지원정책은 어려움이 큰 지역 서점 중심으로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적어도 '서점의 날'만큼은 책을 판매하는 모든 곳에서 다양한 서점들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과 더불어 서점의 매력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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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한겨레> 자료사진

11월11일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2016년에 제정한 민간 기념일인 ‘서점의 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기념식이 개최되고,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 서점 브이로그(영상 콘텐츠) 공모전, 콘퍼런스 행사 등도 치러진다.

올해 서점의 날에는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는 지자체의 기획 행사들이 활발했다.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은 지역 서점 방문 캠페인을 지난 10월 말부터 11월15일까지 편다. 10년 이상 운영 중인 지역 서점 150여 곳과 ‘서울형 책방’ 61곳에서 한정판 특제 책갈피 등을 배포하고, 유튜브 서울도서관티브이에서 ‘우리 동네 터줏대감 서점’ 영상 10편을 공개하여 영상 시청 감상평을 추첨해 치킨 쿠폰을 증정한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11월7일부터 25일까지 도내 지역 서점 방문을 인증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1만원권 문화상품권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대전시에서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시민들에게 에코백과 메모패드 등 기념품을 증정하고 작가 초청 북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12일에는 ‘대전서점대전’을 내걸고 규모 있는 콘퍼런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나서는 서점의 날 홍보와 지원 이벤트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과 달리, 출판시장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 출판계는 서점의 날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남의 집 잔치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서점의 날이 ‘지역 서점’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서점의 범위에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나 지자체 조례 규정에 따라 대형 체인서점 및 인터넷서점, 중고서점 등은 제외된다. 서점 지원정책은 어려움이 큰 지역 서점 중심으로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적어도 ‘서점의 날’만큼은 책을 판매하는 모든 곳에서 다양한 서점들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과 더불어 서점의 매력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11월11일을 상업적으로 내세운 ‘빼빼로데이’가 모든 과자 판매점들에게 훌륭한 마케팅 이벤트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지역 서점은 대부분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급격한 종이책 독서율 하락과 도서구입비 감소, 인터넷 구매, 이름과 달리 제구실을 못 하는 왜곡된 도서정가제 등 이유는 많다. 하지만 지역 서점의 어려움은 오롯이 서점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채롭게 진화하는 서점들이 지역 문화 생태계의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기존의 지역 도서관과 연계한 지역 서점 우선 구매나 희망 도서 바로 대출제 확대, 지역 어린이․청소년․청년을 위한 지역 서점 도서교환권 배포, ‘지역 서점 상품권’ 활용 등 시민이 서점을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 서점을 지키는 힘은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게 있다. 시민이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는 일은 단지 한권의 책 구매로 끝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지역 문화 거점을 유지하는 착한 구매이기 때문이다. 서점의 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이 서점을 찾는 계기가 되도록 서점계 안팎의 지혜를 모아 ‘큰 책장터’로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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