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해저터널 1㎞ 중 420m 뚫어 원전 오염수 131만t 방류 ‘카운트다운’
지난 1일 둘러본 일본 후쿠시마 원전 6호기 앞은 땅파기 공사 중인 대형 빌딩 공사 현장의 모습이었다. 원전과 해안선 사이엔 약 20m 깊이의 지하 공간이 100m 이상 끝없이 이어졌다. 공사 현장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재안전모·방재마스크·방재복·방재신발로 꽁꽁 싸맨 작업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지하 공간의 철제 버팀목 사이로 보이는 직경 2.6m의 터널 입구를 가리켰다. 그는 “내년 봄부터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저 터널을 통해 태평양으로 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깊게 판 대형 지하공간에서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를 바닷물에 희석한 뒤, 해저 터널을 통해 해안선에서 1㎞ 떨어진 곳에 방류한다는 것이다. 좁은 터널의 맨 끝에는 4~5명이 해저에서 터널을 파는 작업 중이라고도 했다. 교대로 24시간 강행해 하루에 10m씩 파고 있다. 현재 바닷속으로 420m가량 파고 들어갔다.
원전 부지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니, 대지를 꽉 채운 집채만 한 오염수 저장 탱크 수백 개가 보였다. 사고 이후 도쿄전력은 원통 저장탱크를 계속 건설해 오염수를 저장했다. 하지만 올 8월 건설한 1066번째 탱크를 끝으로, 추가 건설은 하지 않고 있다. 최대 저장용량 137만t인 1066개 탱크에는 9월 현재 131만t의 오염수(처리수 포함)가 찬 상태다. 오염수는 매일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 7~8월이면 더 저장할 공간이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스스로 퇴로를 없앤 것이다.
11년 전 폭발 사고가 터졌던 후쿠시마 원전에 쌓인 오염수 131만t의 방류가 지역 주민들과 최인근 국가인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염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노출된 핵연료를 식힌 물이다. 일본은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제거한 처리수를 내년 4월 방류할 계획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7월 방류 계획을 허가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의 핵심은 정화해도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트리튬’이다. 도쿄전력은 처리수의 트리튬은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도쿄전력은 이날 원전 부지 안에 설치한 광어·전복 양식장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처리수로 가득 찬 8개 수조에서 각 200마리씩 광어·전복을 키우고 있다. 양식장 책임자는 “양식장 상황은 수중 카메라로 24시간 유튜브 생중계한다”며 “원전 처리수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광어가 잘 산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삼중수소(트리튬)의 농도를 일본 정부 배출 기준의 40분의 1 이하,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의 7분의 1 이하로 낮춰서 배출하는 도쿄전력의 계획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승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쓰모토 준이치 도쿄전력 처리수대책책임자는 “2051년까지 처리수 전량을 방류 완료할 계획”이라며 “처리수에 포함된 트리튬은 연간 22조 베크렐 미만을 방출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다른 나라의 원전도 트리튬을 방류하며, 후쿠시마 원전은 방류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어 과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어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후쿠시마어민연합회의 노자키 데쓰 회장은 최근 NHK에 “방류 반대라는 입장에선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바다는 어민의 직장 같은 곳이기 때문에 도쿄전력 측에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국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만난 한 원전 전문가는 “일본 정부 주장처럼 과학적으론 거대한 수영장에다 어린아이 한 명이 오줌을 싸도 희석돼 문제 없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 같이 이용하는 수영장에 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입장인 일본이 이웃에게 먼저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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