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택의 그림 에세이 붓으로 그리는 이상향] 55. 두 동물 이야기로 세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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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동물이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산속에 박쥐 동굴이 있다.
저녁이 되면 수십만 마리의 박쥐들이 떼를 지어 동굴을 나온다.
이때 동굴 밖에서는 독수리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앞에 나오는 박쥐들을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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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무리 지도자 동굴 나올때 선두 서
뒤따르는 박쥐 위해 독수리에 몸 던져
헬렌켈러가 말한 불행한 사람은
“시력은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
마음자세 그르면 결과 올바를 수 없어
멋진 동물이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산속에 박쥐 동굴이 있다. 저녁이 되면 수십만 마리의 박쥐들이 떼를 지어 동굴을 나온다. 이때 동굴 밖에서는 독수리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앞에 나오는 박쥐들을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참 감동적인 장면이 바로 그 순간이다. 선두에 선 채 동굴을 나오면서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박쥐들이 곧 그 박쥐 무리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뒤따르는 박쥐들이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가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기를 희생하는 것으로서, 힘없고 약한 동료를 등 떠밀 듯 먼저 내보내는 게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과거 우리 조상들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박쥐를 의미하는 한자인 복의 발음이 복(福)과 같아서 생겨난 전통이겠으나, 어쨌건 악마의 화신처럼 괴상하게 생긴 박쥐의 모습에서 장수, 번영, 행복을 도출한 지혜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신성인의 도리를 몸에 지닌 특화된 동물이 아닌가. 특히 다섯 마리의 박쥐가 함께 그려진 도형은 건강, 부, 덕, 장수, 편안한 죽음 등의 오복을 상징하지 않는가.
이와 대비되는 동물이 있다. 스프링고우트라는 이름을 가진 아프리카 고원지대의 염소이다. 요 녀석들은 해마다 새봄 우기가 찾아오면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앞뒤 가릴 것 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겨울 내내 굶주리다 연한 새 풀을 먼저 먹기 위해 다투어 벌판을 질주하다가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해 그렇듯 우매하고 허망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다.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과연 지금 우리 한국에서 진정한 리더, 정치지도자는 몇 명이나 될까? 시야가 좁아 앞일을 내다보지 못하는 스프링고우트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을 살리려는 태국의 박쥐형 정치인은 있기나 한 것일까?
무릇 한 집단의 지도자란 그 이름과 자리에 걸맞은 막중한 임무와 역할이 주어진다. 그랬기에 유럽의 변방국이었던 영국을 명실공히 네모반듯한 강대국 반열로 끌어올린 엘리자베스 1세가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국민의 사랑 없이 왕좌의 권위는 무의미하다.” 또한 미국의 어떤 정치학자도 “소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대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책임전가형 보신주의와 타성에 물든 정치로는 ‘다음 세대’란 영영 기대할 수 없다.
누군가 헬렌 켈러 여사에게 물었다.
“시력장애자로 태어난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그러자 켈러 여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시력은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입니다.”
마음 자세가 그르면 결과 역시 올바를 수 없다. 위대한 꿈을 지닐 때 인간은 비로소 위대해진다. 리더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꽃 같은 젊은이들이 또 세상을 떴다. 된서리 맞은 단풍잎이 풋덕풋덕 떨어지는 늦가을 심사가 한없이 쓰렁쓰렁하고 울울하고 헛헛한 까닭이 그래서이다.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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