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소방서장·지휘팀장 입건 반발…"참사 인과관계 증명 어려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소방당국 "임무 게을리 안 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서울 용산소방서장과 현장지휘팀장을 입건했다./뉴시스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서울 용산소방서장과 현장지휘팀장을 입건하자 비판적 여론이 적지않다. 참사 당시 소방 대응단계의 발령 시점과 현장 대응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실 관계를 분명히 따져봐야겠지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난 7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데 이어 현장을 지휘했던 지휘팀장을 전날 추가로 입건했다. 두 사람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소방 대응단계를 발령할 권한이 있었는데도 신속하게 높이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지휘팀장 역시 사고 당시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등 현장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한다.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15분 첫 압사 신고가 접수되고 약 30분이 지난 10시43분에 '대응 1단계'(관할소방서 출동)를, 30분이 지나 '대응 2단계'(인접 소방서 인력·장비 동원)를 발령했다. 특수본은 2단계 상향 조치까지 '30분간 공백'을 초동 대응 미흡으로 판단한 셈이다.

'대응 3단계'(가용 소방력 총동원)는 오후 11시48분 내렸다. 대응 2단계는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출동 중 무전을 듣고 발령했고, 3단계 역시 최 본부장이 현장에서 발령했다. 소방 대응단계 발령 시점을 문제 삼는다면 최 본부장 등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소방당국은 참사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서장은 현장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이태원 파출소(119안전센터)에서 대기하고 있어 출동할 때 인지하고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 응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거나 사망자 이송으로 부상자 처리에 지장이 생겼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두 사람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될 정도로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휘팀장의 경우 실질적 혐의자로 보기 어렵지만, 입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워 형식상 입건한 것"이라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를 기리는 추모현장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박헌우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참사 당시 대응의 적절성 여부는 구체적으로 따져 봐야겠지만, 소방의 대처가 실질적인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소방이 실수한 게 없진 않겠지만, 피해자의 사망 내지 부상과 연결됐다고 책임을 묻는 건 어려워 보인다"며 "경찰 수사나 검찰, 법원 단계에서 현재 밝혀진 것 외에 특별한 게 없다면 입건했더라도 처벌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찰이 증거자료를 가지고 수사 중이니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사고 현장에 대한 판단은 지휘관의 고유 권한이다. 다른 사고에서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대해 기소가 등 문제가 됐지만 인정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창민 민변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인과관계도 있지만, 예견가능성과 피해 규모가 중요하다"며 "2017년부터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소방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대비했어야 한다. 늦게 출동하고 임무를 태만히 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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