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탄 발전량 급증… 올겨울 초미세먼지 심해질 듯
10일 서울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올가을 들어 처음이고, 지난 2월 11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수도권·충북·경남 등에도 이날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대기자동측정소 미세먼지(지름 10㎛ 이하 먼지) 1시간 평균 농도가 1㎥당 15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지속될 때,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 시간당 평균 농도가 1㎥당 75㎍ 이상, 2시간 지속되면 내려진다.
초미세먼지는 사람이 숨 쉴 때 폐뿐만 아니라 혈관으로 들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정부는 관용차량 운행을 줄이고 공공기관 대형 사업장 운영 시간도 줄인다. 보건 당국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 환자,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면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은 “매년 겨울~봄에는 난방을 하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나오는 데다 대륙에서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 남쪽에 자리한 고기압과 만주 북쪽에서 동해 쪽으로 남하하는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바람이 약하고 대기 정체가 심해 지난 8일부터 미세먼지가 쌓여왔다. 다만 이번 미세먼지 상륙은 11일까지 이어지다 12일 새벽부터 서해에서 저기압이 다가오고 비바람까지 나타나면서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올겨울 미세먼지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에서 11월부터 석탄 난방을 시작하면 여기서 나온 미세먼지가 서풍(西風)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데, 올겨울 중국 내 석탄 발전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중국은 상반기까지 화력발전으로 3285TWh(테라와트시) 전력을 생산했다. 작년 한 해 총 화력발전량(5770TWh)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화력발전에 쓰이는 화석연료는 석탄·천연가스(LNG) 등인데 작년 기준 중국은 석탄 비율이 89%에 달한다. 석탄은 LNG보다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 배출량(동일 전력생산량 기준)이 3배 이상 많다. 중국은 2018년 4979TWh, 2019년 5165TWh, 2020년 5279TWh 등 최근 5년간 화력발전량을 계속 늘려왔다. 여기에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값싼 발전 원료인 석탄 사용량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석탄·천연가스 발전량을 2018년 39만1891GWh(기가와트시)에서 지난해 36만6344GWh로 꾸준히 줄여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는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석탄·천연가스 발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한중 양국은 2019년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만들자는 ‘청천(晴天) 계획’에 따라 겨울철마다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대비 작년 양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우리나라가 30.7%, 중국이 34.8% 줄었다. 하지만 ‘고농도 일수(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50㎍을 기록한 날)’가 크게 줄지 않은 점이 문제다. 서울 기준 고농도 일수는 2017년 20일, 2018년 20일, 2019년 26일에서 코로나 여파가 있었던 2020년 8일로 줄었다가 작년에는 다시 17일로 늘어났다. 환경부는 올겨울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소폭 높아지고, 고농도 발생 일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수준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 석탄 발전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내 미세먼지 상황이 무조건 나빠지는 건 아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대기 순환이 원활하면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한반도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내 석탄 사용이 증가하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라 올겨울 미세먼지 대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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