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법정에서 부부 공동 재산의 의미 [세상을 이기는 따뜻한 법(法)]

2022. 11.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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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혼 상담을 할 때 많이 받는 질문이 "결혼할 때 부모님이 준 전세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인데 분할해야 하는지",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와 같은 재산분할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데, 원리가 있다. 재산분할제도의 이념인 '형평'과 '공평'의 원칙을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된다.

먼저, 우리 민법은 부부재산에 대해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라 하고, 각자가 관리, 사용, 수익한다(제830, 831조).

이에 따라 부부의 재산은 크게 (1)고유재산, (2)혼인 중 부부 일방이 상대방의 협력 없이 취득한 재산(예컨대 상속재산), (3)혼인 중 부부 쌍방이 협력하여 취득한 공동재산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방의 명의라도 부부가 협력하여 취득한 재산은 '실질적 공동재산'이고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무에서 첨예하게 다투는 부분은 (1), (2)번 재산 즉 '실질적 특유재산'이 분할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사례로 생각해보자.

빛나(37)씨는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사내커플이었던 철수(40)씨와 10년 전 결혼해서 2명의 자녀를 낳았고, 7년 전 퇴직하여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다. 자녀는 7세, 4세이다. 재산으로는 철수씨가 결혼 전에 부모님께 증여받은 아파트와 장래의 퇴직금이 있다. 빛나씨는 결혼 전에 모아둔 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했고, 퇴사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어 경제능력이 감소했다. 빛나씨는 철수씨 명의 아파트와 퇴직금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일관되게 판시한다. "부부 일방의 (실질적)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이 아니지만,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면 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판결 등)."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협력해야 특유재산이 분할대상이 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자금조달 등 경제적 기여를 한 경우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육아, 내조 등 일체의 가사활동을 통해 혼인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면 이를 재산에 대한 기여로 인정한다. 쌍방의 직·간접적 협력을 폭넓게 인정하므로 혼인기간이 상당기간 계속됐다면 분할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 부부의 모든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확대하여 사실상 부부별산제를 형해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법원은 일방의 기여도가 조금이라도 인정되면 일단 분할대상에 포함시킨 후 분할비율을 정할 때 상대방의 기여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재산을 분할한다.

퇴직금도 이혼 시점에서 경제적 가치를 환산할 수 있다면 분할대상이 되며, 일방이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라면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여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한편, 공동재산을 분할하여 이익을 얻는 만큼 그 형성 및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는 분담해야 한다.

분할대상재산이 결정되면, 다음으로 분할비율을 결정한다. 분할비율은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외에도 이혼 후 생활능력 등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한다. 빛나씨는 혼인 중의 역할분담으로 인해 경제능력 감소라는 불이익이 발생했다. 또 이혼 후 빛나씨가 자녀양육을 맡는다면 육아를 위해 경제활동이 한동안 제약될 것이다. 분할비율을 정할 때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며, 대법원은 친권 및 양육자로 지정된 자에게 이혼 후 생활능력 등을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을 증액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우리 법 제도상 부부는 평등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공동생활을 운영하는 주체이며, 공동생활이 종료됐을 때 각자의 기여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도록 한다. 전업주부도 실질적 혼인기간이 길어지면 분할비율이 50%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소제인 법무법인(유) 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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